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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리뷰 (본업망각, 치킨장사, 마약반전)

by dailyroutine15 2026. 3. 22.

시험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유튜브를 틀었습니다. 한 영상만 보려던 계획이 어느새 3시간짜리 콘텐츠 소비로 바뀌어 있더군요.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목적을 잊고 과정에 빠져드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는 걸요. 영화 극한직업 속 마약반 형사들도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입니다. 범인을 잡으려던 본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치킨집 장사에만 몰두하게 되는 겁니다.

본업을 잊게 만든 우연한 성공

극한직업의 마약반 형사들은 처음부터 치킨 장사를 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조직 범죄 일당인 이무배 조직을 잠복 수사하려고 맞은편 치킨집을 인수했을 뿐이죠. 여기서 잠복 수사(undercover investigation)란 경찰이 신분을 숨기고 범죄 현장에 침투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기법을 의미합니다.고반장(류승룡)은 퇴직금을 전부 털어 치킨집을 매입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손님들이 계속 찾아온 겁니다. 범죄 조직원들에게 배달하려던 계획은 일반 손님들의 주문 때문에 꼬이기 시작했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친구 부탁으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정작 해야 할 과제는 미루고 일에만 집중했던 적이 있거든요.
형사들이 만든 왕갈비 양념 치킨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방송에까지 소개되면서 전국 프랜차이즈 제안까지 들어올 정도였죠.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익숙해집니다. 주방, 배달, 홀 서빙까지 완벽하게 분업하면서요. 문제는 이들이 경찰이라는 사실입니다

목적의식이 흐려지는 순간들

영화 중반부터 형사들은 본업을 잊기 시작합니다. 마약반 막내 영호(공명)가 이무배의 이동을 포착하지만, 다른 팀원들은 주문 전화를 받느라 연락을 받지 못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시험공부 중 영상을 본다는 게 어느새 공부는 잊고 추천 영상만 계속 보게 됐던 그때요."누가 일하고 누가 놀았는데"라는 대사가 나올 때쯤, 이들은 완전히 치킨집 사장님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영호가 "범인 잡으려고 치킨집 하는 겁니까, 치킨집 하려고 범인을 잡는 겁니까"라고 따지는 장면은 상황의 전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목적과 수단의 전도(reversal of means and ends)란 원래의 목표를 잊고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현상을 뜻합니다.재미있는 건 관객들이 이 상황을 웃으며 본다는 점입니다. 형사들의 무책임함이 코미디 요소로 소비되는 거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무원인데, 본업을 등한시하는 모습이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인가 싶더군요.

주요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사 목적으로 시작한 치킨집이 실제 영리사업으로 변질됨
  • 범죄자 추적보다 장사 수익에 더 관심을 보임
  • 팀 해체 위기 상황에서도 치킨 판매를 우선시함

결과주의로 포장된 과정의 문제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이무배를 검거하는 데 성공하고, 형사들은 승진까지 하죠. 여기서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란 행위의 옳고 그름을 결과로만 판단하는 윤리적 입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상관없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본업을 망각하고 엉뚱한 일에 빠졌던 과정이 결과적인 성공으로 정당화되는 구조거든요. 실제로 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수사비를 개인 사업에 전용하고, 업무 시간에 영리활동을 하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물론 영화는 픽션입니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이 직업 윤리에 대한 고민을 지나치게 가볍게 만든 건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관객들은 웃으며 극장을 나가겠지만, "일 안 하고 딴짓해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요.
저 역시 유튜브에 빠져 공부를 망쳤을 때, "어차피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합리화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반복되면서 시간 관리 능력이 점점 떨어지더군요. 극한직업 속 형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범인을 못 잡았다면 어땠을까요. 퇴직금 날리고, 팀 해체되고, 치킨집만 남았을 겁니다.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류승룡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왕갈비 치킨이라는 소재도 신선했죠. 하지만 직업적 책임과 목적의식을 다루는 방식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직자의 직무유기를 유쾌한 해프닝으로만 소비한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 경험을 돌아봤습니다. 목적을 잊고 과정에 빠지는 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걸 인지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극한직업 속 형사들은 운 좋게 범인을 잡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운은 없습니다. 처음의 목적을 계속 되새기고,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 그게 진짜 극한직업을 해내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4i5YRY0F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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