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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글로리 (표현 회피, 관계 심리, 직장 태도)

by dailyroutine15 2026. 5. 5.

솔직히 이 영화, 처음엔 가볍게 틀었습니다.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보려고 골랐는데, 끝나고 나서 이상하게 멍해졌습니다. 화면 속 주인공이 열심히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내내 "저거 나랑 비슷한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웃기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그 기분이 이 글을 쓰게 만들었습니다.

표현회피 —말 못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저는 한동안 “표현 안 하는 게 배려”라고 믿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괜히 분위기 어색해질까 봐, 괜히 부담 줄까 봐, 그냥 평소처럼 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히 앞서 나갔다가 관계 망칠 바에는, 지금 상태라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믿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배려가 아니라 그냥 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진짜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계속 생각나면서도 막상 만나면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다음에 보면 말해야지, 이번엔 조금 티 내볼까, 이런 생각을 수도 없이 했는데, 막상 얼굴 보면 다 사라집니다. 괜히 티 내면 어색해질까 봐. 괜히 부담 주는 사람 될까 봐. 그래서 결국 평소처럼 행동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들은 말이 이거였습니다. “너 나한테 관심 없는 줄 알았어.”그 말 듣고 진짜 멍해졌습니다. 나는 나름대로 조심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 감정 없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때 처음 제대로 느꼈습니다. 표현 안 하면 없는 거랑 똑같다는 거. 타이밍 얘기도 많이 합니다. 지금 말하면 아닌 것 같아서 좀 더 자연스러울 때 말하려고 근데 현실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타이밍을 재다가 그 타이밍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때 말했으면 어땠을까 만 남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관계 심리 — 친구 관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상하게 사람은 힘들 때 더 연락을 못 합니다. 회사에서 일이 꼬이고, 퇴근길이 유난히 길게 느껴지던 날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더 많고, 공기는 더 답답하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날은 진짜누가 한마디만 해줘도 괜찮아질 것 같았습니다. 근데 막상 연락하려다가 멈췄습니다. 괜히 징징대는 것 같아서. 상대도 바쁠 것 같아서. 이걸 말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어서. 그래서 그냥 핸드폰 다시 넣고 혼자 집까지 갔습니다. 근데 웃긴 건, 그런 날에는 꼭 연락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보지도 않던 친구. 야 뭐 하냐. 딱 그 한마디. 별거 아닌데, 그날은 그게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습니다. 괜히 숨 좀 쉬어지는 느낌. 혼자만 이런 거 아니구나 싶은 느낌. 그때 느꼈습니다. 친구는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필요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거. 근데 더 생각해 보니까, 그것도 반만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떠올리기 전에, 나는 그 사람을 먼저 떠올렸어야 했습니다. 연락은 안 하면서 관계가 계속 유지되길 바라는 건 솔직히 좀 이기적인 기대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바꿨습니다. 별거 없어도 그냥 연락해 봅니다. 할 말 없어도 그냥 안부 묻습니다. 어색하긴 한데, 그게 관계를 이어주는 최소한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직장 태도 — 버티는 것과 참는 것은 다르다

회사 얘기는 더 현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한동안 버티는 게 잘하는 거다라고 믿었습니다. 말 안 하고, 시키는 거 하고, 문제 생기면 내가 한 번 더 체크하고. 그게 책임감이고, 그게 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게 쌓이니까 이상해집니다. 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인정은 없고, 문제는 반복되는데 해결은 안 되고, 어느 순간부터 일이 아니라 감정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왜 나만 이걸 하지? 이거 계속 이렇게 가는 게 맞나?”그리고 결국 이 생각까지 갑니다. 이거 내가 버티는 건가, 그냥 참고 있는 건가.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버틴 게 아니라 그냥 참고 있었던 겁니다. 한 번은 진짜 말할까 고민한 적 있습니다. 분명히 방향이 이상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문제 터질 게 보였습니다. 근데 또 입을 닫았습니다. 괜히 튈까 봐. 괜히 나만 책임질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습니다. 결과요? 그대로 진행됐고, 결국 문제 터졌습니다. 그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거였습니다. 그때 말했어야 했나. 이건 진짜 겪어봐야 압니다. 말하고 후회하는 건 금방 지나가는데, 말 안 하고 후회하는 건 오래갑니다. 퇴근하고 집 와서도 계속 생각납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 계속 다시 돌려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완전히 는 아니지만, 조금씩 말하려고 합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돌아보면 다 비슷합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 안 해서 놓쳤고, 친구한테는 연락 안 해서 혼자 버텼고, 회사에서는 말 안 해서 상황을 키웠습니다. 다 가만히 있었던 선택들입니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더 복잡해질까 봐.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다 똑같이 보입니다. 안 해서 후회한 것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좋으면 좋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여전히 어렵습니다. 여전히 타이밍 놓치고, 말 꼬이고, 후회합니다. 그래도 하나는 확실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리고 이건, 영화 보면서가 아니라 직접 겪어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ojI-wJDG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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