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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침묵, 양심, 고문치사)

by dailyroutine15 2026. 5. 8.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끝나고 나서 뭔가 묵직한 게 가슴에 걸려, 부모님 주무신 거 확인하고 혼자 거실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못 여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영화 1987은 그 불편함을 끝까지 놓지 않는 영화입니다.

침묵이 불편한 사람들이 공감할 영화

저도 처음엔 그냥 역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제가 겪었던 장면들이 자꾸 겹쳤습니다. 예전에 동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억울한 일 당해 소리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힐끔 보고는 그냥 가더라고요.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속으로는 "저건 좀 심한데" 싶었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일 커질까 봐 발걸음만 빨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음이 찝찝했는데, 다음 날이 되니 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살아갔습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 도중 사망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국가가 이 죽음을 단순 쇼크사로 덮으려 했고, 그 은폐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강요받았습니다. 영화는 그 침묵을 강요받은 사람들, 그리고 끝내 침묵을 깨기로 한 사람들을 차례로 보여줍니다.

이영화가 무서운 이유도 그거였습니다. 영화 속 사람들도 처음부터 정의로운 영웅이 아닙니다. 다들 겁이 있고, 계산도 하고, 망설입니다. 그게 너무 현실적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정의를 좋아하지만 책임은 싫어합니다. 인터넷 댓글로는 다 정의로운데, 현실에서는 자기 이름 걸리는 순간 조용해집니다. 저도 완전히 다르다고 자신 있게 말 못 하겠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침묵이 더 불편했습니다. 고문 장면보다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분위기”가 훨씬 현실 같았습니다. 사실 사회는 거대한 악당 몇 명보다,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그냥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 때문에 더 오래 굴러갑니다. 영화는 그걸 굉장히 차갑게 보여줍니다. 2017년 12월 27일 개봉 당시 723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강동원·김태리·하정우·유해진·김윤석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도 어느 한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습니다. 그게 오히려 이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양심이라는 단어가 살아 있던 시대

최 검사를 보면서 저는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서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 그는 처음부터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눈치도 보고, 고민도 하고, 전화를 들었다 놨다 합니다. 저는 그 장면들이 이상하게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영화처럼 멋있게 결심하지 않습니다. 밤에 혼자 생각하다가, 다음 날 후회하다가, 그러다 겨우 한 번 움직입니다. 저도 회사 생활하면서 몇 번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검사 과정에서 분명 이상한 부분이 보였는데, 이미 위에서 일정 잡아놓고 생산 밀어붙이는 분위기라 괜히 말 꺼내기가 애매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면 괜히 일 커지는 거 아닌가” 싶은 마음이 먼저 듭니다. 다들 바쁘고 예민한 상황에서는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분위기 망치는 사람처럼 보일 때도 있으니까요.

근데 그런 날은 퇴근하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괜히 제가 더 예민했던 건가 싶다가도, 나중에 실제 문제 터지면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반복됩니다. “그때 말했어야 했나.” 사람은 입 닫는 순간 편해질 줄 아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 침묵이 오래 남습니다.

영화 1987은 그 부분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건드립니다. 양심이라는 걸 거창한 영웅심으로 포장하지 않습니다. 무섭고 피곤하고 손해 볼 거 알면서도, 그 불편함 때문에 결국 움직이게 되는 감정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그게 더 무섭고 더 진짜 같았습니다.

요즘 사회는 양심보다 효율을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조용히 넘어가자”, “괜히 건드리지 말자” 같은 말이 어른스럽고 현실적인 태도처럼 취급됩니다. 근데 영화는 그 현실적인 태도가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드는 지도 같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단순히 과거 독재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모습까지 같이 건드립니다.

고문치사 은폐 시도가 드러나는 과정

영화 1987에서 가장 답답했던 건 고문 장면보다 그 이후였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조직은 반성보다 “어디까지 숨길 수 있나”를 먼저 고민합니다. 박 처장을 중심으로 한 은폐 세력은 실제 가담자와 지휘 계통을 숨기고 경찰 2명만 과실치사 혐의로 내세웁니다. 조직 전체 책임을 줄이기 위한 공범 축소 은폐 전략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인데도 낯설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도 문제 생기면 원인을 바꾸기보다 현장 몇 명 책임으로 끝나는 경우를 자주 봤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도 왜 반복됐는지보다 “누가 책임질 건데?”부터 찾는 분위기가 먼저 생깁니다. 그러면 겉으로는 정리된 것 같지만 실제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영화 속 경찰 조직도 딱 그랬습니다. 진실보다 조직 체면과 보존이 우선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이부영 기자는 영등포 교도소에 수감된 경찰관에게 진실을 듣고 몰래 기록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부가 언론 보도를 통제하는 보도 지침이 존재했습니다. 진실을 알아도 쉽게 기사로 쓸 수 없는 시대였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꼭 과거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분위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며 살아가니까요.

저 역시 가족끼리 크게 다툰 날, 누가 잘못했는지 알면서도 괜히 분위기 더 나빠질까 봐 아무 말 못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엔 조용히 넘어가는 게 편했지만, 이상하게 그 침묵은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 1987도 결국 그걸 보여줍니다. 진실은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마음 불편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작은 용기를 이어 붙이며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xgNQ8cjtfk&t=3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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