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까지 울 줄 몰랐습니다. 고양이가 나오는 로드무비라기에 가볍게 틀었는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바론이 얼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한 남자와 고양이의 여행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제게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랑은 책임이라는 말을, 저는 바론이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반려동물 입양을 가볍게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고양이는 알아서 크지 않나요?"라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엑조틱 숏헤어 두 마리, 바론이 와 쿠키를 키운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됩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예쁜 순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엑조틱 숏헤어는 단두종(短頭種)에 해당합니다. 단두종이란 코와 입 부위가 납작하게 눌린 품종을 가리키는 말로, 이 구조 때문에 눈물 배출 경로가 좁아 눈물이 얼굴 표면으로 흘러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저는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매일 눈물 자국을 닦아줍니다. 피곤한 날도 있지만 이상하게 의무처럼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가족한테 당연히 하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사토루도 비슷했습니다. 나나를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여러 집사를 직접 찾아다녔습니다. 그 모습이 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그 마음이 너무 자연스럽게 이해됐습니다. 반려동물과 오래 살다 보면 계산이 사라집니다. 시간이 얼마나 드는지, 돈이 얼마나 드는지를 따지기보다 그냥 해주게 됩니다.
반려동물 양육에 있어 가족의 동의와 환경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 1위는 "이사나 가족 동의 문제"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영화 속 사토루가 나나를 맡길 집사를 구하기 전 반드시 가족의 동의를 확인했던 장면이 단순한 설정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반려동물을 처음 입양하기 전에 점검해야 할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가족 구성원 전원의 동의 여부
- 알레르기 등 건강 상태 확인
- 품종에 맞는 생활환경과 사료 준비
- 정기적인 동물병원 방문 계획
- 장기적인 의료비 감당 가능 여부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흐릿한 상태라면, 솔직히 입양 시기를 조금 더 미루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HCM 진단 이후,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은 할머니 때문도, 저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2023년은 제 인생에서 유난히 버거운 해였습니다. 외할머니가 치매 판정을 받고 고관절 수술까지 받으셨습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병원을 오가던 그 시기에 바론이 까지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호흡이 평소와 달라 검사를 받았고, 결과는 폐수종과 HCM이었습니다. HCM이란 비대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의 약자로,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혈액 순환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입니다. 고양이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심장 질환이기도 합니다. 폐수종은 폐에 액체가 차는 상태를 말하는데, HCM이 진행되면 동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날 동물병원 원장님 앞에서 체면도 없이 울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평소엔 웬만한 일에는 침착하다고 생각했던 저도, 바론이 이야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3일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다행히 상태가 안정됐습니다. 하지만 HCM은 완치가 없는 질환입니다. 원장님은 길어야 2년 정도를 예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던 순간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런데 바론이는 지금도 제 곁에 있습니다. 매일 심장약을 먹고, 밥도 잘 먹고, 제가 집 안을 돌아다니면 졸졸 따라옵니다. 약값도, 병원비도 꾸준히 듭니다. 하지만 한 번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그 돈은 치료비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사는 비용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그렇게까지?"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그 말이 더 이해가 안 됩니다. 매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몇 년인데, 어떻게 감정이 없을 수 있을까요. 상실의 크기는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깊이에서 옵니다. 동물을 잃은 슬픔을 과장으로 보는 시선은 우리 사회가 생명에 너무 쉽게 순위를 매기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반려동물 사별 후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한국반려동물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이후 우울감과 수면 장애를 경험하는 보호자 비율이 적지 않으며, 이를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출처: 한국반려동물보건원).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을 잃은 뒤 경험하는 슬픔, 죄책감, 무기력감 등 복합적인 심리적 반응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이것이 "너무 유별난 감정"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사토루도 나나에게 마지막으로 말했습니다. "내 마지막 고양이가 너라서 참 다행이야." 그 대사를 들었을 때 저는 화면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이 너무 제 마음 같았기 때문입니다.
바론이 와 쿠키도 언젠가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겠죠. 그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쪽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놀아주고, 오늘 집에 돌아가서도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어 줄 생각입니다. 거창한 다짐이 아닙니다. 그저, 오늘처럼만 제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가 제게 남긴 메시지는 결국 하나였습니다. 사랑은 잃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잃게 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오늘 집에 돌아가서 평소보다 한 번 더 이름을 불러주시길 권합니다. 그 시간이 나중에 가장 감사한 기억이 될 테니까요.
아마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바론 이를 돌본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바론이 가 저를 버티게 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왔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오는 아이. 말은 못 하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존재. 그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고양이 한 마리인데..."라고 말할 때마다 조금 안타깝습니다. 함께 살아본 사람은 압니다. 시간이 쌓이면 종(種)이 아니라 가족이 된다는 것을.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외할머니를 돌보고, 바론이 와 쿠키를 챙기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 어쩌면 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은 모두 아주 평범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더 이상 "언제 행복해질까"를 생각하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오늘 집에 돌아갔을 때 바론이 가 또 제 뒤를 졸졸 따라올까, 쿠키는 어디에 숨어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이미 곁에 있는데, 우리는 너무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결국 저에게 그런 질문을 남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