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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처음에는 《남편들》을 큰 기대 없이 선택했습니다. 최근에는 무거운 범죄 스릴러나 현실 비판 영화들을 주로 봤기 때문에 오랜만에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웃음보다도 '가족'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연스럽게 극한직업이 떠올랐습니다. 범죄 조직을 쫓는 형사들이 만들어내는 코미디라는 점은 비슷했지만, 《남편들》은 사건보다 관계에 더 집중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오토라는 남자처럼 가족이 꼭 혈연으로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느껴졌습니다.

    전남편과 현 남편이라는 설정은 처음엔 단순한 웃음 소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니 누가 진짜 가족인가 보다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인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예상했던 코미디보다 훨씬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족,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가족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을 혈연으로 설명합니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관계를 가족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족은 피보다도 관계와 행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는 가족이 늘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도 나이가 들고, 가족 안에서도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영화 속 전남편 충식과 현 남편 민석 역시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있지만 서로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둘은 누가 더 좋은 아빠인지, 누가 더 가족다운 사람인지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찾아오자 두 사람은 자신의 감정보다 아이의 안전을 먼저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 가족도 평소에는 사소한 말 한마디로 다투고 서운해하지만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족은 함께 웃을 때보다 힘든 순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그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거창한 대사보다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경쟁, 어른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는 감정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웃었던 부분은 두 남자의 유치한 경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웃음이 끝난 뒤에는 묘한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모습이 생각보다 현실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 성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성과를 비교하고, 인간관계에서는 관심을 비교하고, 가족 안에서도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때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업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왜 다시 왔을까?"라는 질문을 직접 듣지 않아도 스스로 의식하게 됐습니다. 그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실패가 아니라 경쟁에서 밀려난 것 같은 불안감이었습니다.

    영화 속 충식도 비슷합니다. 딸이 새아빠와 가까워 보일 때마다 괜히 예민해지고 자존심이 상합니다. 민석 역시 충식을 의식하며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려고 합니다.

    사실 두 사람은 서로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현실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욕구는 더 커집니다.

    영화는 이런 감정을 무겁게 다루지 않습니다. 대신 유쾌한 웃음 속에 녹여냅니다. 그래서 관객은 웃으면서도 어느 순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임, 사랑보다 오래 남는 행동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키워드는 책임이었습니다. 사랑은 누구나 말할 수 있지만 책임은 끝까지 행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보다 책임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됐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약을 챙기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가장 먼저 고양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동물을 키우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취미는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지만 책임은 쉬는 날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반려동물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하면 저는 항상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귀여운 순간이 아니라 힘든 순간까지 책임질 수 있습니까?"

    영화 속 두 남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싫어하고 경쟁하지만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상황으로 뛰어듭니다. 그 순간에는 누가 친아빠인지, 누가 더 좋은 사람인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는 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결국 책임이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남편들》은 바로 그 사실을 보여줍니다. 웃기고 유쾌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책임의 가치였습니다.

    총평

    《남편들》은 단순히 웃기기만 한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가족이라는 관계, 경쟁이라는 감정, 책임이라는 가치를 유쾌하게 풀어내면서도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깁니다.

    특히 가족 영화나 휴먼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제 마음속에 남은 한 문장이 있습니다. 가족은 피로 시작될 수 있지만, 관계는 책임으로 완성된다.《남편들》은 그 단순한 진실을 웃음 속에 담아낸 사람 냄새나는 영화였습니다.

    참고:https://www.youtube.com/watch?v=CbvdJIrkM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