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리 어게인》을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론이 와 쿠키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영화 속 베일리의 이야기는 결국 제 이야기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귀여운 순간만 함께하는 일이 아니라 아픔과 걱정,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이별까지 품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심장병 약을 먹는 바론이 와 매일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쿠키를 보며, 사랑은 감정보다 책임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동물 영화가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책임 - 반려동물은 누구나 키울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베일리 어게인》은 한 마리의 개가 여러 생을 거치면서 사랑하는 주인 이단을 다시 찾아간다는 내용입니다. 환생이라는 설정이 판타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 내내 흐르는 감정의 뿌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기억하고 기다린다는 것.
제가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동물은 마음만 있으면 키울 수 있지 않나?"솔직히 저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변에서도 바론이 와 쿠키 사진을 보여주면 "너무 귀엽다", "나도 고양이 한 마리 키워볼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일부러 웃으며 묻습니다.
"10년 뒤에도 지금 같은 마음일 자신 있어?" 대부분은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이렇게 긴 책임이 될 줄은요.
사람들은 귀여운 모습만 봅니다. 배를 뒤집고 자는 모습, 장난감을 물고 뛰어다니는 모습, 품에 안겨 잠드는 모습 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 뒤에 있습니다. 새벽에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 날도 있고,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병원비부터 계산하는 날도 있습니다.
바론이 가 심장병 진단을 받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수의사의 설명을 듣는데 눈앞이 멍해졌습니다."평생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가슴에 오래 남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론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동장 안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저는 운전하면서 계속 한숨만 쉬었습니다. 병보다 무서웠던 건 앞으로의 책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게 됐습니다.
사랑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은 끝까지 가야 합니다. 저는 그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변화 - 여행보다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
예전의 저는 여행을 참 좋아했습니다. 연휴만 되면 어디를 갈지 검색했고, 숙소를 찾고, 맛집을 찾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바론이 와 쿠키가 생긴 뒤 제 여행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며칠 맡기고 다녀오면 되잖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은 아이들이 건강할 때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바론이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어야 하고, 쿠키는 수시로 눈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쉬는 날이면 휴지를 들고 쿠키 얼굴을 닦아주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됩니다. 눈물이 조금만 쌓여도 금세 눈 주변이 젖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가끔 SNS를 보면 해외여행 사진이 올라옵니다. 푸른 바다, 멋진 호텔, 야경 사진. 솔직히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저도 그런 삶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지금 내가 여행지에 있었다면 바론이는 약을 잘 먹고 있을까?"결국 제 마음은 여행지가 아니라 집으로 향합니다.
예전에는 자유가 행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데 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동행 - 베일리가 남긴 마지막 질문
《베일리 어게인》을 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이유는 사실 영화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집에 돌아가 바론이 와 쿠키를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요.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바론이 가 심장병 진단을 받고 난 뒤부터 저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자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숨은 잘 쉬고 있는지. 오늘은 컨디션이 괜찮은지. 예전에는 하지 않던 행동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도 늘어갑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바론이 와 쿠키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집에 들어오면 늘 같은 눈빛으로 달려옵니다. 제가 힘든 하루를 보냈는지, 기분이 안 좋은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저 제가 돌아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해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매일 아침 약을 챙겨주는 일. 퇴근 후 눈물을 닦아주는 일. 잠들기 전 상태를 확인하는 일. 그 반복되는 행동들이 결국 사랑의 진짜 모습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베일리 어게인》은 환생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제게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찾아올 이별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랑할 수 있는가를 묻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 저는 아무 말 없이 바론이 와 쿠키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지금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