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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스타 이즈 본》을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건 두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음악이 한 사람을 어떻게 버티게 하고 또 어떻게 무너지게 하는지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꺼내 든 저 자신을 보며, 이 영화가 제 음악 습관과 꽤 많이 닿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잭슨 레인이라는 사람, 그리고 무대 위의 균열
혹시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나 보이는 사람이 사실 가장 많이 무너져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잭슨 레인은 수천 명의 관객을 가득 채운 공연장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스타입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혼자 귀가하는 길, 그의 귀에는 이명(耳鳴)이 들립니다. 여기서 이명이란 외부 소리 자극 없이 귀 안에서 울리는 소음을 느끼는 증상으로, 음악인에게는 직업적 위기와 직결되는 신호입니다.
잭슨은 이 이명을 무시한 채 술집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엘리를 처음 만납니다. 원래 여장 남자 퍼포머들만 공연하는 곳이었는데, 엘리는 타고난 목소리 하나로 예외적으로 무대에 서고 있었습니다. 잭슨은 그녀의 퍼포먼스에 매료되어 무대가 끝나자마자 그녀를 데리고 다른 술집으로 이동합니다. 그날 밤 둘이 나눈 대화, 마트 앞 주차장에서 엘리가 즉흥으로 불러 준 노래, 그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제가 가장 힘든 날 음악을 가장 크게 틀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잭슨이 이명을 들으면서도 공연을 멈추지 못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는, 음악이 그에게 직업이기 이전에 자신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언어였기 때문일 겁니다.
- 잭슨 레인: 청력 이상에도 공연을 멈추지 못하는 록 스타
- 엘리: 서빙 직원이었지만 목소리 하나로 무대에 서게 된 신인
- 첫 만남 장소: 여장 남자 공연이 주인 술집 '디렉터'
청력 손실, 그가 끝까지 외면한 진짜 위기
여러분은 좋아하는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한 적 있으신가요? 잭슨의 청력 손실 문제는 영화 내내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그를 따라다닙니다. 형 바비가 소리를 차단하는 보조 장치를 끼라고 한소리 하러 찾아오지만, 잭슨은 듣기 싫은 잔소리로 흘려보냅니다. 사실 바비는 잭슨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봐 준 사람이었는데도요.
음향 외상성 청력 손실(Noise-Induced Hearing Loss, NIHL)은 장기간 고음량 소음에 노출될 때 달팽이관 내 유모세포가 손상되는 증상입니다. 쉽게 말해, 공연장의 큰 소리가 반복적으로 귀 안의 미세한 세포들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1억 명의 젊은 층이 소음성 청력 손실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음악인의 경우 직업적 위험이 특히 높습니다.
잭슨이 보조 장치를 거부하는 장면은 저에게 단순한 고집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음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장치를 끼는 행위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요. 오래 좋아해 온 것과의 거리가 생길 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설명이 잘 안 됩니다. 잭슨의 그 침묵이 그래서 더 먹먹했습니다.
음악 소비 방식이 달라진 시대, 엘리의 성공이 씁쓸한 이유
엘리가 성공하는 과정을 보면서 기분 좋게 응원했는데, 어느 순간 마음 한쪽이 불편해졌습니다. 혹시 그 감정, 공감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잭슨이 마트 앞 주차장에서 처음 들었던 엘리의 자작곡은 거칠고 날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 레즈 게브론을 만나고 SNL에 나가 승승장구하는 엘리의 노래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잭슨이 목욕 중인 엘리에게 찾아가 가사를 지적하는 장면은 그래서 단순한 부부 싸움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음 발견했던 엘리의 음악적 진정성(Authenticity), 즉 꾸밈없이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이 희석되어 가는 게 두려웠을 것입니다. 물론 표현 방식은 최악이었지만요.
저는 감성 발라드를 들으며 노래방에서 목이 쉬도록 부른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졌는지 체감합니다. 지금은 짧은 영상에서 몇 초만 흘러나오는 후렴이 노래 전체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IFPI(국제음반산업협회)의 글로벌 뮤직 리포트에 따르면, 스트리밍과 숏폼 콘텐츠의 확산으로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보다, 인상적인 일부 구간만 소비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습니다. 오래 기억되는 노래보다 빠르게 유행하고 금세 잊히는 노래가 많아진 현실이, 엘리의 변화와 겹쳐 보였습니다.
물론 시대 흐름에 맞게 변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음악이 사람의 감정을 천천히 어루만지는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은, 제 경험상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음악은 현실을 바꾸지 못해도, 버틸 힘은 만들어 준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이겁니다.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잭슨에게 음악은 직업이기 이전에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였습니다. 엘리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잭슨은 그 언어를 점점 잃어가면서 자신마저 잃어갔고, 엘리는 그 언어를 넓혀 가면서 성장했습니다. 같은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단순한 멜로드라마로 읽히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는 스트레스가 쌓인 날이면 자연스럽게 노래방으로 향합니다. 고음이 많은 노래를 고르는 이유는 잘 부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목이 터져라 끝까지 불러야 마음속에 쌓였던 답답함도 함께 터져 나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카타르시스란 감정의 정화, 즉 억눌린 감정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해소되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음악 치료 분야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나왔을 때의 그 묘한 후련함, 그리고 '오늘도 잘 버텼다'는 작은 뿌듯함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현실은 노래 한 곡으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악 덕분에 다시 버틸 용기를 얻었던 순간들은 제 삶에 분명히 있었습니다. 잭슨이 무너진 건 음악 때문이 아니라, 음악 외에 자신을 붙잡아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틀었던 발라드 한 곡이, 이전과 다르게 들렸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좋은 음악은 단순히 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을 품고 있을 때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 줍니다. 저는 요즘도 혼자 차를 타거나 퇴근길 이어폰을 끼면 자연스럽게 오래된 발라드부터 찾습니다. 누군가는 옛날 감성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듣게 되는 노래가 진짜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은 몇 달이면 지나가지만, 좋은 노래는 몇 년이 지나도 같은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예전에는 CD를 한 장 사면 수십 번씩 반복해서 들었고, 노랫말 책자를 펼쳐 가사를 읽으며 따라 부르던 기억도 아직 선명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는 그런 여유가 조금씩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타 이즈 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가요?
A. 완전한 실화는 아닙니다. 1937년 동명의 원작 영화를 여러 차례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18년 브래들리 쿠퍼 감독·주연 버전이 가장 최근 작품입니다. 다만 브래들리 쿠퍼가 직접 기타와 노래를 익혀 촬영에 임했다는 점, 실제 공연 장면을 현장에서 촬영했다는 점에서 높은 현실감을 가집니다. 혹시 영화를 보고 음악이 얼마나 생생하게 느껴졌는지 기억하시나요? 그 생동감이 바로 그 준비에서 나온 것입니다.
Q. 잭슨 레인의 이명과 청력 손실은 음악인에게 실제로 흔한 문제인가요?
A. 생각보다 훨씬 흔합니다. 음향 외상성 청력 손실(NIHL)은 장기간 고음량 환경에 노출되는 직업군에서 자주 나타나며, 음악인은 특히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WHO에 따르면 8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청력 손상이 시작될 수 있는데, 대형 공연장의 평균 음량은 110dB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잭슨이 보조 장치 착용을 권유받는 장면이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Q. 영화에서 엘리가 부른 노래들은 실제로 직접 부른 건가요?
A. 네, 레이디 가가가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녹음 스튜디오가 아니라 실제 공연 현장에서 라이브로 촬영한 장면이 많아, 영화 속 음악의 완성도가 특히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처음 마트 앞 주차장에서 즉흥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그토록 날것처럼 느껴졌던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바로 그 라이브 방식 덕분이었습니다.
Q. 스트레스 해소에 음악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음악 청취와 노래 부르기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러 차례 발표되어 있습니다. 특히 노래를 직접 부르는 행위는 카타르시스, 즉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어 음악 치료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힘든 날 노래방을 찾는 본능이 꽤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결론
《스타 이즈 본》은 저에게 사랑 이야기 이전에, 음악이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깊이 붙잡아 줄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영화였습니다. 잭슨 레인의 청력 손실과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엘리의 모습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저는 평소처럼 오래된 발라드를 틀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같은 노래인데 이전보다 가사가 더 크게 들렸습니다. 음악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는 해 줍니다. 그래서 저에게 《스타 이즈 본》은 사랑 영화가 아니라, 오래된 노래 한 곡처럼 힘들 때마다 다시 꺼내 보게 될 영화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