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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샘 (양육권,돌봄, 진짜가족)

by dailyroutine15 2026. 5. 16.

영화 <아이엠샘>을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외할머니 치매와 반려묘 바론이의 심장병을 동시에 겪고 난 뒤 다시 보니,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는 샘의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이상하게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양육권 박탈, 세상이 보는 “능력”의 기준

지적장애를 가진 아버지가 딸의 양육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그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3년 외할머니의 치매 판정과 반려묘 바론이의 심장병을 겹쳐 버텨낸 뒤로, 이 영화가 완전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를 끝까지 돌본다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지치는 일인지 직접 겪고 나서야 샘의 표정이 이해됐습니다.

영화 속 샘 도스는 지능지수(IQ) 7세 수준의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스타벅스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딸 루시를 혼자 키우지만, 사회복지 기관은 결국 샘에게 “양육 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여기서 가장 씁쓸했던 건, 샘이 루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누구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결국 숫자와 조건이 먼저 움직입니다. 경제력, 환경, 안정성 같은 기준들은 쉽게 증명되지만, 밤새 누군가를 걱정하며 잠 못 자는 마음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습니다. 돌봄을 직접 해보니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가장 힘든 건 체력보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는데, 그런 감정은 누구도 점수로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샘의 재판 장면을 보면서 저는 주변 사람들이 했던 말들도 떠올랐습니다. “대단하다”, “쉽지 않겠다” 같은 말은 많았지만 정작 반복되는 돌봄 속으로 직접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회는 돌봄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개인 희생 위에 조용히 올려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화는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조건일까, 아니면 끝까지 자기편이 되어주는 사람일까.

돌봄의 실제, 사랑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긴 시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돌봄을 이야기할 때 “사랑하면 다 할 수 있다”라고 쉽게 말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그 말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사랑은 분명 시작점이 되지만, 현실의 돌봄은 그보다 훨씬 길고 무거웠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신 뒤부터 집안 분위기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설명드리고, 혹시 새벽에 혼자 움직이실까 잠을 깊게 자지도 못했습니다. 사람은 몸보다 정신이 먼저 닳아간다는 말을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 와중에 제 반려묘 바론이까지 HCM 판정을 받았습니다. 치과 예약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호흡이 이상한 걸 느껴 바로 검사를 했는데 폐수종이 진행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는 의사 선생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겁 많은 바론이를 입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는데, 늘 제 머리맡에서 자던 자리가 비어 있는 게 그렇게 크게 느껴질 줄 몰랐습니다. 솔직히 그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동물인데 그렇게까지 힘드냐”라고 쉽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함께 살아본 사람은 압니다. 반려동물은 그냥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요.

바론이는 지금도 하루 두 번 심장약을 먹습니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하고 약값 부담도 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단 한 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론이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쳐 누워 있으면 어느새 제 옆에 와서 꾹꾹이를 하고, 잘 때면 늘 머리맡에 붙어 잠드는 아이를 보면 오히려 제가 더 위로받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샘의 마음도 이해됐습니다. 계산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랑하니까 움직이게 되는 마음. 돌봄은 결국 그런 감정으로 버티는 일이었습니다.

끝까지 곁에 남아주는 사람이 진짜 가족 아닐까

아이엠샘은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버지 이야기로 끝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영화가 “누가 마지막까지 곁에 남아주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요즘 사회는 사람을 너무 결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얼마나 돈을 버는지, 얼마나 안정적인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아가는지. 그런데 돌봄은 효율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새벽마다 숨소리를 확인하는 일이고, 지쳐도 다시 약을 챙기는 일이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옆에 남아주는 일이었습니다. 외할머니 손을 붙잡고 있으면 잠깐 표정이 편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바론이도 몸이 힘든 날이면 조용히 제 옆으로 와 기대어 잠듭니다. 그런 순간들을 겪으면서 저는 가족이라는 게 결국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힘든 순간에도 떠나지 않는 마음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샘 역시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루시를 향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런 샘이 현실 속 많은 “멀쩡한 어른들”보다 더 어른처럼 느껴졌습니다.

돌봄은 멋있는 일이 아닙니다. 반복되고 지치고 때로는 자기 삶이 사라지는 기분까지 듭니다. 그런데도 사람은 결국 사랑하는 존재 때문에 다시 움직이게 됩니다. 아이엠샘은 그 사실을 조용하지만 끝까지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제 마음에는 한 가지 질문이 오래 남았습니다. 정말 사람을 가족으로 만드는 건 능력일까, 아니면 끝까지 곁에 남아주는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늘 함께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2L5LCJYk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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