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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반대하면 평범했던 감정도 갑자기 특별해질 때가 있습니다. 《엔들리스 러브》를 보면서 저는 두 사람의 사랑보다 그 사랑이 뜨거워지는 과정에 더 눈이 갔습니다. 4년 동안 바라만 보던 관계가 아버지의 반대 이후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랑으로 변합니다. 아무도 막지 않았다면 데이빗과 제이드는 서로를 이토록 간절하게 원했을까요.
평범한 첫사랑에 벽이 생긴 순간
데이빗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제이드를 멀리서 바라봤지만 졸업할 때까지 제대로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 계기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졸업을 축하하던 날 우연히 다시 마주쳤고, 먼저 말을 건 사람은 제이드였습니다.
함께 춤을 추고, 가족과 식사하고, 여름을 보내는 모습은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첫사랑에 가까웠습니다. 데이빗이 오랫동안 제이드를 좋아한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의 두 사람에게는 앞으로의 계획보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더 중요해 보였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제이드의 아버지가 관계에 개입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의학 관련 진로를 준비하는 딸 옆에 뚜렷한 대학 계획이 없는 데이빗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앞으로의 생활을 책임질 준비는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걱정과 통제는 다릅니다. 아버지는 데이빗을 더 알아보려 하기보다 먼저 딸의 미래를 망칠 사람으로 결정합니다. 경찰 사건이 벌어지자 두 사람을 완전히 떼어놓으려 하고, 결국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아냅니다. 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시작한 행동이 어느 순간 딸의 선택을 빼앗는 방향으로 바뀐 것입니다.
저는 이때부터 아버지가 데이빗보다 자신의 불안과 싸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들을 잃은 뒤 남은 딸만큼은 자신이 정해놓은 안전한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불안을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보호받는 사람은 오히려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반대가 사랑을 증명해주지는 않는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해질수록 데이빗과 제이드의 감정도 달라집니다.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결심이 되고, 연애는 두 사람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일이 됩니다. 자유롭게 만날 때보다 떨어진 뒤 서로를 더 간절하게 찾는 모습도 이어집니다.
부모의 간섭이 연인의 감정을 오히려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현상은 1972년 발표된 연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는 이름으로 다뤄졌습니다. 쉽게 말하면 주변에서 관계를 막을수록 두 사람이 서로에게 더 매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개념을 모든 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가 감정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그 관계가 건강하거나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데이빗과 제이드의 마음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데이빗은 아버지가 개입하기 전부터 제이드를 좋아했고, 제이드 역시 그를 만나며 닫혀 있던 생활에서 벗어나기 시작합니다. 다만 반대가 시작된 뒤에는 상대를 차분히 알아가는 일보다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주변이 반대하는 관계는 쉽게 끝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헤어지는 일이 사랑을 포기하는 것뿐 아니라 반대했던 사람의 판단이 옳았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관계에는 사랑뿐 아니라 자존심과 증명하려는 마음도 섞이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위험을 감수할수록 사랑이 커 보이게 만드는 영화의 방식에는 완전히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게 붙잡히고, 명령을 어기고, 함께 도망치려는 선택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선을 많이 넘었다고 감정까지 더 진실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멈춰서 상대의 상황을 살피는 일이 무작정 함께 달아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이드는 데이빗을 사랑한 걸까, 자유를 사랑한 걸까
제이드의 감정도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오빠 크리스를 잃은 뒤 제이드는 가족 안에 머물며 학교생활을 보냈습니다. 졸업할 때 곁에 친구가 거의 없었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좁은 생활 안에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런 제이드에게 데이빗은 첫 연인이면서 가족 밖으로 이어지는 문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모이는 파티도, 충동적인 드라이브도, 늦은 밤의 일탈도 데이빗을 만난 뒤 시작됩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제이드는 아버지가 계획한 딸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됩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이 남았습니다. 제이드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데이빗이라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그와 함께 있을 때 처음 느낀 자유였을까요. 두 감정은 충분히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둘을 구분하기보다 모든 변화를 첫사랑의 힘으로 묶어버립니다.
물론 청춘 로맨스에 진로와 생활 조건까지 따지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감상일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계산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고, 그 무모함 때문에 첫사랑이 오래 기억된다는 반박도 가능합니다. 저도 두 사람이 떨어진 뒤 다시 서로를 찾는 장면에서는 그 절박함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특히 데이빗은 제이드의 성적이나 집안보다 제이드라는 사람을 먼저 봅니다. 조건으로 데이빗을 판단하는 아버지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진심만으로 관계의 현실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두 사람의 감정에 조금만 더 시간을 줬다면 사랑과 해방감의 차이도 더 선명하게 보였을 것 같습니다.
화재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남은 문제가 많았다
후반부 화재 장면은 아버지가 붙잡고 있던 과거와 데이빗을 바라보는 시선을 동시에 바꾸는 장면입니다. 데이빗은 자신을 밀어냈던 아버지를 구하려 불길 속으로 들어갑니다. 데이빗이 의식을 잃자 아버지도 아들의 유품을 내려놓고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옵니다.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를 적이 아닌 한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감정적으로는 이해되는 장면입니다. 데이빗의 행동은 그가 아버지가 단정했던 것처럼 무책임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물건보다 눈앞의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도 과거에만 머물던 태도에서 벗어나는 변화로 읽혔습니다.
그럼에도 갈등이 너무 빠르게 정리됐다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목숨을 구한 용기는 데이빗의 됨됨이를 보여줄 수 있지만, 두 사람의 진로 차이와 가족 갈등, 앞서 벌어진 위험한 선택까지 한꺼번에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가장 극적인 행동으로 데이빗의 사랑을 증명하고 곧바로 화해로 넘어갑니다.
저는 오히려 그 이후가 궁금했습니다. 더는 도망칠 이유도, 사랑을 증명할 상대도 없어진 뒤 두 사람은 어떤 관계가 됐을까요. 평범한 하루 속에서 서로의 계획을 존중하고 생활의 차이를 맞춰가는 모습이 한 장면만 더 있었다면, 이들의 사랑을 조금 더 오래 믿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엔들리스 러브》는 어떤 영화인가요?
A. 오랫동안 제이드를 좋아했던 데이빗이 졸업 후 그녀와 가까워지면서 시작되는 청춘 로맨스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과 이를 반대하는 제이드 아버지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룹니다.
Q.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실제 연구에서 사용된 표현인가요?
A. 네. 부모의 간섭과 연인의 감정 변화를 다룬 1972년 연구에서 사용된 표현입니다. 부모의 반대가 커질수록 연인의 감정과 결속이 강해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모든 관계에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며, 감정이 강해졌다고 그 관계가 건강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Q. 제이드의 아버지는 왜 데이빗을 반대했나요?
A. 의학 관련 진로를 준비하는 딸의 계획이 데이빗 때문에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을 잃은 뒤 남은 딸을 지키려는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걱정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것이 딸의 선택을 통제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점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화재 장면 이후 갈등이 해결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데이빗이 자신을 밀어냈던 아버지를 구하려 불길 속으로 들어가면서 그의 진심과 용기가 드러납니다. 이후 아버지도 아들의 유품을 내려놓고 쓰러진 데이빗을 구합니다. 서로를 살리는 행동을 통해 적대감은 누그러지지만, 현실적인 갈등까지 모두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도 막지 않는 다음 여름
저는 데이빗과 제이드의 사랑에는 동의하지만, 영화가 그 사랑을 증명하는 방식에는 절반만 동의합니다. 두 사람의 마음은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반대가 평범했던 첫사랑을 반드시 지켜야 할 관계로 바꾸고, 감정을 실제보다 더 절박하게 만들었다고 봅니다.
벽을 넘는 순간은 뜨겁고 눈에 잘 보입니다. 반면 벽이 사라진 다음에도 같은 사람을 존중하는 일은 조용하고 오래 걸립니다. 영화는 전자를 충분히 보여줬지만 후자까지 보여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엔딩이 끝난 뒤에도 질문 하나가 남았습니다. 아버지가 처음부터 반대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의 사랑은 이토록 강해졌을까요. 그리고 아무도 막지 않는 다음 여름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선택했을까요.
참고 자료: 부모의 간섭과 로맨틱한 사랑에 관한 1972년 연구
영상 참고: 《엔들리스 러브》 영화 소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