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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살고 싶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에 숨이 막힐 때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일 겁니다. 저 역시 비슷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자꾸 지쳐갔고, 주말이면 휴대폰 알림조차 귀찮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랜드》를 보면서 놀랐던 이유는 바로 그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영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거창한 사건이 없습니다. 화려한 액션도, 반전도 없습니다. 대신 상실을 겪은 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지를 아주 천천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상실, 사람을 피하게 만드는 슬픔
영화의 주인공 이디는 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습니다. 그 후 그녀는 도시를 떠나 전기와 수도도 없는 산속 오두막으로 들어갑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살면서 정말 힘든 일을 겪으면 사람마다 반응이 다릅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사람을 찾고, 누군가는 오히려 세상과 거리를 둡니다.
저 역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여러 번 실망했습니다. 그때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편했습니다. 연락을 미루고, 약속을 취소하고, 혼자 영화를 보거나 차를 몰고 바다를 보러 가곤 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혼자 있고 싶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외로움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처받을 힘조차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잠시 숨어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영화 속 이디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떠난 것은 자연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들 속에서 버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모습이 요즘 사회와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진심을 털어놓을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랜드는 상실에 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현대인의 고독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고립, 혼자 사는 로망의 진실
요즘 SNS를 보면 시골 생활이나 자급자족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영상을 좋아합니다. 조용한 숲 속 집, 따뜻한 커피 한 잔, 새소리가 들리는 아침.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영화 랜드는 그런 낭만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산속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합니다. 장작이 없으면 추위에 떨어야 하고, 식량이 부족하면 굶어야 합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이디가 눈보라 속에서 쓰러지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는 문득 지금의 일상을 떠올렸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전기가 들어오고, 수도를 틀면 물이 나오고, 편의점에 가면 먹을 것이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지만 사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자꾸만 "혼자서도 잘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해결하고, 스스로 버티고, 스스로 성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자립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원래 혼자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영화는 그 사실을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디가 무너진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그 장면을 보며 저는 독립과 고립은 전혀 다른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으로 회복되는 상처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 없이 미겔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는 이디를 구해주지만 영웅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왜 산에 왔는지 묻지도 않고, 아픈 기억을 억지로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저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묵묵히 곁을 지켜줍니다. 사실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예전에 정말 지쳐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신 아무 말 없이 밥 한 끼를 사주고,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며 커피를 건네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사람이 했던 긴 조언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의 따뜻함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영화 속 미겔이 바로 그런 존재였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요즘 사회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살고 있습니다. 성과를 비교하고, 능력을 평가하고, 관계마저 효율로 계산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람을 살리는 것은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 것들입니다. 진심 어린 관심, 조건 없는 친절, 그리고 곁에 있어 주는 시간.
랜드는 결국 그런 영화였습니다. 산속 생존기가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이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를 결국 사람으로 회복하는 이야기. 영화가 끝난 뒤 저는 한동안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디처럼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미겔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