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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세션 결말, 사랑이 집착이 된 소원

dailyroutine15 2026. 9. 6. 22:25

목차


    옵세션 결말, 사랑이 집착이 된 소원

    영화를 검색하다가 오랜만에 공포영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말에 수원 롯데시네마까지 가서 《옵세션》을 봤는데, 극장을 나오면서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무섭다는 말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찝찝함이 훨씬 컸습니다. 공포영화를 꽤 많이 보다 보니 웬만한 고어나 점프스케어에는 예전만큼 놀라지 않는데, 이 영화는 좀 달랐습니다. 보고 있을 때보다 끝난 뒤에 자꾸 장면들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베어가 빌었던 소원을 떠올릴수록 '저게 정말 사랑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 위시 윌로우, 사랑을 소원으로 빌면

    처음에는 왜 니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사건이 시작되는 계기는 베어가 사용한 원 위시 윌로우(One Wish Willow)입니다.

    베어가 원하는 것도 처음 들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좋아하는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 줬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마음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됐습니다. 저도 연애하면서 상대가 나만큼 마음을 표현해줬으면 했던 적이 있으니까요. 연락을 기다리기도 하고, 별것 아닌 반응 하나를 혼자 크게 받아들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을수록 뭔가 이상했습니다.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와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 달라'는 말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고양이 샌디와 관련된 장면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샌디는 베어가 관리하던 진통제에 노출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죽고, 베어 역시 후반부에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죽습니다. 원 위시 윌로우의 제조사 이름도 TabbyCat으로 나옵니다.

    프리키 니키가 어둠 속에 숨어 있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고양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샌디의 죽음과 베어의 마지막을 일부러 닮게 만든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샌디의 저주라고 직접 말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보면서 그렇게 연결해 본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주의 정체보다 더 신경 쓰였던 건 베어였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게 해 달라는 소원에는 정작 니키가 어떤 마음인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랑을 바란 것 같았는데, 다시 생각하면 상대의 마음을 자기 쪽으로 돌려놓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줄 정리: 사랑받고 싶다는 베어의 소원에는 정작 니키의 선택이 빠져 있었습니다.

    미쳐 있을 때보다 제정신일 때 더 무서웠다

    제가 《옵세션》에서 제일 무서웠던 건 의외로 프리키 니키가 날뛰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가끔 원래 니키로 돌아오는 순간이 훨씬 끔찍했습니다.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아는데 멈출 방법이 없는 사람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베어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취지로 말할 때는 기분이 정말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베어의 행동은 더 답답했습니다. 눈앞의 니키가 얼마나 괴로운지보다 자신을 사랑하는지가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니키가 집착하는 영화라고 봤는데, 가만히 보면 베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니키가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상태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제목인 《옵세션》이 누구 한 사람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이때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잊히지 않는 게 AS센터 장면입니다. 니키에게 연결되는 순간 들리는 그 외침은 제 기준으로 이 영화 최고의 공포 장면이었습니다.

    뭔가를 잔뜩 보여줘서 무서운 게 아니라 소리만 들려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상상하게 합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장면에 더 약합니다. 영화의 주요 공간이 음악점이라는 것도 보고 나니 그냥 정한 배경 같지는 않았습니다. 《옵세션》은 눈보다 귀를 더 괴롭히는 영화였습니다.

    한줄 정리: 프리키 니키보다 잠깐 돌아온 진짜 니키가 저는 훨씬 무서웠습니다.

    내가 베어였다면 좋았을까

    극장을 나온 뒤에는 엉뚱하게 저를 베어 자리에 한번 놓아봤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만 바라본다면 어떨까. 처음 며칠은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 먼저 연락하고, 나만 찾고, 누구보다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싫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마음이 그 사람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저라면 그때부터 찝찝할 것 같습니다. 좋아했던 사람에게 사랑받는 게 아니라, 소원으로 만들어진 감정을 받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 정도가 심해져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된다면 좋기는커녕 겁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이 소원 하나로 만들어진다는 설정 자체는 솔직히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으니까요.

    반대로 공포영화니까 가능한 설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나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끝까지 밀어붙여버립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랑받고 싶은 것과 상대를 내 뜻대로 붙잡아두고 싶은 건 생각보다 가까운 감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게 이 영화에서 제일 기분 나쁜 부분이었습니다. 베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서 더 찝찝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옵세션에서 니키가 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는 베어가 사용한 원 위시 윌로우입니다. 베어가 니키의 사랑을 바라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갑니다.

     

    Q. 고양이 샌디와 베어의 죽음은 연결되어 있나요?

    A. 두 죽음 모두 진통제와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TabbyCat이라는 제조사 이름과 프리키 니키의 모습까지 보면 고양이와 저주를 연결해서 볼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영화가 이를 정답으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Q. 옵세션은 많이 잔인한 영화인가요?

    A. 잔혹한 장면은 있지만 저는 고어보다 소리와 심리적인 불쾌감이 더 강했습니다. 특히 조용하다가 갑자기 분위기를 뒤집는 사운드 연출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론: 소원이 이루어졌는데 왜 찝찝했을까

    《옵세션》을 보고 나서 계속 걸렸던 건 '내가 원했던 사랑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좋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연애하면서 상대가 나만큼 나를 좋아해줬으면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베어가 처음 가졌던 마음까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상대가 스스로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소원 때문에 나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안다면 저는 그 관계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귀신이 나오는 공포와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니키가 가끔 제정신으로 돌아올 때는 정말 보기 싫을 정도로 불편했고, AS센터에서 들렸던 외침은 극장을 나온 뒤에도 생각났습니다.

    주말에 별 기대 없이 수원 롯데시네마로 갔다가 제대로 한 방 맞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보고 있는 동안 무서운 영화는 많았지만 끝나고 나서 까지 이렇게 찝찝한 공포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옵세션》은 보고 있을 때보다 극장을 나온 뒤가 더 기분 나쁜 영화였습니다. 공포영화를 꽤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방식도 있구나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