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저 웃고 울 수 있는 가족 코미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제 마음속에 남은 것은 웃음보다 묵직한 질문 하나였습니다.

    "가족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우리는 흔히 가족을 혈연으로 정의합니다.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보면 가족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입니다. 사랑만으로 유지되지도 않고, 피가 이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이해하는 것도 아닙니다.

    《인스턴트 패밀리》는 입양을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결국은 책임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책임 : 사랑보다 먼저 필요한 것

    영화 속 피트와 엘리는 아이를 원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 앞에서 입양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십 대 소녀 리지와 두 동생을 만나게 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저도 피트와 엘리처럼 생각했습니다. "사랑으로 품어주면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영화는 그 생각을 금방 깨뜨립니다.

    아이들은 감사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반항하고 거짓말하고 밀어냅니다.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보며 "저 정도면 포기할 것 같다"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느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일수록 누군가가 다가오면 먼저 밀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도 그렇습니다.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차갑게 행동하고, 가장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 가장 거칠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화 속 리지도 그랬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기 전에 먼저 상처받지 않으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현대 사회를 조금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책임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고, 즐거우면 함께하고 힘들면 떠납니다.

    하지만 가족은 다릅니다. 좋을 때만 곁에 있는 관계라면 그것은 가족이 아니라 동행자에 가깝습니다. 가족은 힘든 순간에도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 가족은 혈연으로만 만들어질까

    주변에는 아직도 "진짜 가족은 피가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일부는 동의하지만 전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혈연은 분명 특별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피가 이어져도 서로를 외면하는 가족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혈연이 아니어도 끝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영화 속 세 남매는 처음부터 피트와 엘리를 부모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서로 상처를 주고, 싸우고, 밀어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 과정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가족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견디며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회는 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금 불편하면 관계를 끊고, 손해가 되면 멀어집니다. 물론 모든 관계를 억지로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쉽게 사람을 포기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견디는 과정 자체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선택 : 결말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

    영화 후반부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장면은 친엄마를 기다리던 리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끝까지 엄마가 자신들을 데리러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결국 나타나지 못합니다. 그 장면을 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습니다. 버림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가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다림이 무너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트와 엘리는 끝까지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정식 가족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순간 가족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울고, 함께 싸우고, 함께 실수하고, 다시 손을 내밀던 순간부터 이미 가족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보다 어려운 것은 책임이고, 책임보다 어려운 것은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인스턴트 패밀리》는 입양에 관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관계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영화를 보며 가족이란 결국 같은 피가 아니라 같은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감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반복될 때 비로소 가족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8Z25e94dl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