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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티컬 매직, 운명보다 선택이 남았다

dailyroutine15 2026. 9. 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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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랙티컬 매직, 운명보다 선택이 남았다

    1998년 작품 《프랙티컬 매직》이 28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래된 영화를 다시 꺼내 보게 됐습니다. 산드라 블록과 니콜 키드먼도 다시 샐리와 질리언으로 돌아옵니다. Variety의 《프랙티컬 매직 2》 관련 보도에서도 두 배우의 복귀와 속편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니콜 키드먼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이야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마음에는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샐리를 연기한 산드라 블록의 얼굴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 있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잃지 않을 수 있을까

    《프랙티컬 매직》의 오언스 가문에는 사랑하는 남자가 죽는다는 저주가 내려옵니다. 샐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랍니다. 사랑하면 언젠가 잃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 일찍 배운 셈입니다.

    그래서 어린 샐리는 조금 이상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현실에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 같은 남자의 조건을 하나씩 만들어 주문을 겁니다. 눈의 색깔, 팬케이크를 뒤집는 방식, 별 모양의 경찰 배지까지 굳이 세세한 조건을 붙입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없다면 자신도 사랑에 빠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예전에 이 장면을 봤을 때는 훗날 게리를 만나기 위한 낭만적인 복선 정도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게 보였습니다.

    샐리는 사랑을 포기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면 어떤 사람을 만나지 않을지 그렇게 자세하게 정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문을 잠갔지만 그 너머에 누가 서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없애지는 못한 것이죠.

    마법이라는 설정을 빼고 보면 꽤 현실적인 장면입니다. 사람도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를 잘 만들어냅니다. 지금은 바빠서, 아직 때가 아니라서, 좋은 사람이 없어서.

    물론 정말 혼자가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것과 원하지만 잃는 것이 두려운 것은 겉으로 보면 꽤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주문도 되돌리지 못한 남편의 죽음

    샐리는 결국 사랑하고 결혼합니다. 그리고 남편을 잃습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피하려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겁니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에 꽤 동의했습니다.

    《프랙티컬 매직》은 마법이 등장하지만 모든 문제를 마법으로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의 슬픔까지 없애주는 주문은 없습니다. 샐리는 무너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장면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미 끝난 일을 억지로 되돌리면 원래 모습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설정이 꽤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 크게 잃어본 사람이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일을 망설이는 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주는 행복을 알게 된 만큼, 잃었을 때의 크기도 함께 알게 됐을 테니까요.

    그래서 샐리가 다시 관계를 시작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답답하다고만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아픔을 모르는 사람이 조심하는 것과 이미 겪어본 사람이 조심하는 것은 분명 다릅니다.

    다만 그렇다고 가능성 자체를 닫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면 다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한 것과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니까요.

     

    게리는 운명일까, 샐리의 또 다른 선택일까

    게리가 등장하면서 샐리가 어린 시절 만들어두었던 조건들이 하나씩 현실이 됩니다. 별 모양의 경찰 배지, 팬케이크를 높이 뒤집는 모습, 말을 거꾸로 타는 장면까지.

    예전에는 이 설정이 그저 낭만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결국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는구나.'

    어릴 때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 설정에 절반만 동의합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형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일은 실제로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만남을 계획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어딘가에 나를 위해 정해진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는 예전만큼 쉽게 끌리지 않습니다.

    오래 관계를 유지할수록 중요한 것은 얼마나 운명적으로 만났느냐보다 그다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특별했던 모습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결국 나타납니다.

    그때부터는 마법보다 선택에 가까워집니다. 계속 옆에 있을 것인지, 다름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 불편한 순간을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 저는 그런 반복이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봅니다.

    그래서 게리가 샐리의 주문과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설정은 지금 보면 조금 예쁘게 만들어진 답처럼 느껴집니다. 현실에서는 조건이 맞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관계가 완성되지는 않으니까요.

    반대로 샐리가 게리에게 다시 마음을 열기로 하는 선택은 지금 봐도 좋았습니다. 중요한 건 게리가 운명의 상대였느냐보다 이미 한 번 크게 잃어본 샐리가 다시 누군가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니콜 키드먼, 지금은 샐리가 보였다

    어릴 때 봤던 영화를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보는 일은 영화만 다시 보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예전에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지금은 무엇을 먼저 보는지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처음 《프랙티컬 매직》을 봤을 때 제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은 사람은 니콜 키드먼이었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질리언의 분위기와 외모가 어린 눈에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샐리가 어떤 마음으로 사랑을 피하려 했는지는 거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였습니다.

    니콜 키드먼은 여전히 눈에 띄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 남은 사람은 샐리였습니다. 존재하지 않을 사람을 만들어놓고 사랑을 피하려 했던 어린 샐리, 결국 사랑한 사람을 잃은 샐리, 그리고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샐리까지.

    예전에는 게리의 등장을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보다 그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순간이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기억에 남는 인물이 바뀐 건 영화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제가 영화를 보는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속편을 보게 된다면 마법이 얼마나 화려해졌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뒤의 샐리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어릴 때의 샐리는 사랑하면 잃는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의 샐리는 어떤 답을 가지고 있을까요.

    저 역시 예전에는 이 영화에서 운명을 봤지만, 이번에는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선택하는 사람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