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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겨울왕국 2, 엘사보다 안나가 남은 이유

dailyroutine15 2026. 3. 20. 14:13

목차


    겨울왕국 2, 엘사보다 안나가 남은 이유

    《겨울왕국 2》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화면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엘사가 검은 바다의 거대한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전편보다 허전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볼수록 좋아지는 순간은 늘어났는데 이야기 전체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선명해졌습니다. 이미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아렌델의 여왕이 된 엘사를 다시 떠나게 할 이유가 정말 충분했을까요?

    이미 끝난 엘사의 이야기를 다시 움직인 이유

    1편의 엘사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했고 그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도망치던 자리에서 돌아와 능력을 받아들이고 아렌델 사람들 앞에 섭니다. 저에게 《겨울왕국》의 결말은 꽤 단단했습니다.

    그래서 2편은 시작부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갈등을 반복하면 전편을 되풀이하는 셈이고, 전혀 새로운 문제를 꺼내면 이미 끝난 이야기를 억지로 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왕국 2》는 엘사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쪽을 선택합니다. 아렌델의 과거에서 노섬드라의 숲, 정령과 아토할란까지 무대를 크게 넓힙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문제는 하나를 이해하기도 전에 또 다른 설정이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처음 극장을 나왔을 때 느꼈던 허전함도 여기에 가까웠습니다. 눈앞의 사건은 계속 커지는데 엘사가 왜 그곳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정은 같은 속도로 쌓이지 않았습니다.

    파도가 완벽할수록 오히려 이야기가 보였다

    그래도 검은 바다에서 엘사가 파도와 맞서는 순간만큼은 지금 다시 봐도 강렬합니다. 물의 무게와 속도, 젖은 머리카락과 옷, 노크를 타고 달리는 움직임까지 화면의 밀도가 대단합니다.

    디즈니는 제작 과정에서 발전한 기술을 활용해 캐릭터의 의상과 환경뿐 아니라 물과 바람 같은 요소까지 더욱 복잡하게 구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쯤 보고 나니 물 표현이 얼마나 정교한 지보다 왜 엘사가 혼자 저 바다까지 건너야 했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계속 파도에 밀려나면서도 엘사는 결국 혼자 다시 뛰어듭니다. 저는 이 고집스러운 행동이 꽤 엘사답다고 봤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 멈출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대목이면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 앞부분에서 엘사의 불안과 답답함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줬다면 바다로 뛰어드는 행동이 멋진 액션을 넘어, 정말 그곳에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의 선택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불의 정령 브루니나 거대한 땅의 정령도 비슷했습니다. 각각의 모습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엘사와 관계를 쌓을 시간은 짧습니다. 정령 하나하나는 매력적이지만 한꺼번에 놓고 보면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빠르게 지나가는 조각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습니다.

    화려한 화면이 부족한 부분을 가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화면이 워낙 잘 만들어져 있어서 이야기의 급한 속도가 더 눈에 띄었습니다.

    세 번쯤 보니 엘사보다 안나가 남았다

    첫 관람에서는 당연히 엘사를 중심으로 따라갔습니다. 다시 볼 때도 아토할란과 정령의 정체를 이해하느라 시선은 대부분 엘사에게 향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쯤 보고 나니 이상하게 안나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특히 올라프가 사라지고 엘사까지 잃었다고 생각한 뒤 부르는 'The Next Right Thing' 부분입니다. 안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고 자신이 하려는 일이 맞는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있는 다음 행동 하나를 선택하는 것뿐입니다.

    힘든 일이 겹쳤을 때 멀리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겠다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오늘 해야 할 일 하나를 끝내고, 그다음 하나를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안나가 어둠 속에서 겨우 발을 떼는 모습은 엘사가 정령을 제압하는 순간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마법은 엘사가 쓰는데 정작 가장 무거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은 안나였습니다. 결국 댐을 무너뜨릴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도 그녀입니다. 그래서 여러 번 보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엘사보다 안나 쪽을 더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결정까지 가는 과정은 여전히 빠르게 느껴집니다. 과거의 잘못과 댐의 의미를 이해한 뒤 거의 곧바로 행동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안나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결심했는지 충분히 머무를 시간이 없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왜 지금 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관객이 감정적으로 따라갈 여유가 짧은 겁니다. 저는 이 조급함이 《겨울왕국 2》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좋은 노래가 이야기의 빈틈까지 메우지는 못했다

    음악은 오히려 다시 들을수록 좋아졌습니다. 'Into the Unknown'에는 알 수 없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결국 따라가고 싶은 엘사의 마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Show Yourself'에 이르면 그녀가 찾아다니던 답과 자신의 정체가 맞닿습니다.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The Next Right Thing'입니다. 앞의 두 노래가 엘사의 정체성을 향해 간다면 이 곡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움직여야 하는 안나에게 집중합니다.

    반대로 크리스토프의 'Lost in the Woods'는 지금도 판단이 조금 애매합니다. 혼자 1980년대 뮤직비디오에 들어간 듯한 연출은 재미있고, 안나와의 관계에서 크리스토프가 느끼는 불안도 보입니다.

    문제는 영화가 가장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구간에 이 노래가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처음 극장에서 볼 때 웃으면서도 '지금 이게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여러 번 봐도 재미있다는 생각과 흐름을 끊는다는 생각이 동시에 드는 부분입니다.

    후속작이 전편을 넘어설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에 엘사는 숲에 남고 안나는 아렌델의 여왕이 됩니다. 1편에서 함께 아렌델에 남았던 자매가 서로 다른 자리를 선택하는 결말입니다.

    처음에는 이 선택이 이미 잘 끝난 엔딩을 굳이 뒤집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엘사가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여왕으로 돌아왔는데 다시 왕국을 떠난다면 앞에서 이룬 성장은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러 번 보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엘사가 1편에서 얻은 답이 반드시 '아렌델의 여왕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힘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고 보면, 숲으로 향하는 선택도 완전히 모순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엘사가 숲을 자신의 자리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조금만 더 보여줬다면 자매가 서로 다른 곳에 남는 마지막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겨울왕국 2》를 1편보다 못한 영화라고 한 줄로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영상과 음악, 몇몇 순간은 오히려 더 좋아했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번 보면서 안나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다만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엘사의 힘의 기원, 아렌델의 과거, 정령, 노섬드라, 자매의 새로운 자리까지 모두 풀어내려다 보니 중요한 감정까지 함께 서둘러 지나갑니다. 조금 덜 설명하고 한두 사람에게 더 오래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첫 관람에서는 검은 바다의 파도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세 번째 관람이 끝난 뒤에는 어둠 속에서 한 걸음을 내딛던 안나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전편을 뛰어넘었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직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래도 세 번째 관람에서 엘사보다 안나가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든 이유는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참고 자료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공식 제작 소개 — 《Frozen 2》의 미술·기술 제작 과정
    The Walt Disney Company

    Disney 공식 작품 정보 — 감독, 출연진 및 작품 기본 정보
    Disney Movies – Frozen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