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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빈자리를 지키는 방식

집 근처에 유명한 삼겹살집이 있습니다. 저녁이면 테이블이 거의 꽉 찹니다. 그런데 맞은편 고깃집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합니다. 지나가다 보면 주인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바로 앞집은 저렇게 붐비는데 불안하지 않을까. 메뉴를 바꾸거나 홍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카모메 식당》을 보고 난 뒤에는 그 풍경이 전과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손님 없는 한 달, 그래도 밥을 짓는 사치에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식당을 연 사치에는 한동안 텅 빈 가게를 지킵니다. 매일 쌀을 씻고 물을 맞추고 음식을 준비합니다. 제가 처음 눈여겨본 건 여유라기보다 이상할 정도의 태연 함이었습니다.나라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음식이 문제인지, 가격 때문인지, 자리가 좋지 않은지 하나씩..

영화리뷰 2026. 10. 20. 22:07
부활남 더 레드, 죽기 전 석환이 좋았다

10월 4일, 전날 예매해 둔 《부활남: 더 레드》를 보기 위해 수원 롯데시네마를 찾았습니다. 웹툰 원작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들어간 극장이었죠. 그런데 화려한 액션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면접에서 또 떨어진 31세 취준생 석환이었습니다.저 역시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수없이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습니다.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채용공고를 찾은 뒤 또 면접장으로 향했던 시간. 그래서 초반의 석환에게는 쉽게 마음이 갔습니다. 문제는 그가 진짜로 죽었다 살아나기 시작한 이후였습니다. 석환은 죽기 전부터 부활하고 있었다석환(구교환)은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면서도 다음 일상을 이어갑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예전 제 모습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죠. 취업 준비를 해보면 한두 번의 탈락보다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해..

영화리뷰 2026. 10. 6. 21:42
가능한 사랑, 달 사진은 보냈을까

164분을 따라갔는데 마지막에 붙잡힌 건 달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미옥은 달을 찍고 예지와의 채팅창을 엽니다. 그런데 전송 버튼을 눌렀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해고와 파업, 계급과 욕망을 지나온 영화가 마지막에는 손가락 하나의 망설임 앞에서 멈춥니다. 저는 오히려 그 애매함 때문에 《가능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달려오는 사람미옥이 예지의 비싼 가방을 검색해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해고 노동자를 찍으러 오면서 그런 옷을 입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합니다. 부러워하면서 비판하는 셈입니다. 저는 그 모순 때문에 오히려 미옥이라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좋은 것을 갖고 싶은 마음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더 강하게 남은 물건은 ..

영화리뷰 2026. 9. 30. 22:45
끝장수사, 진범보다 서재혁이 남았다

넷플릭스에서 《끝장수사》를 보고 예상과 조금 다른 곳에서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진범인지 밝혀가는 범죄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범인보다 서재혁이라는 형사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 편법도 쓰고, 말과 행동도 거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마무리됐다고 여기는 사건을 모른 척하지도 않습니다. 응원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밀어내기에도 애매한 사람. 그 모순이 오히려 끝까지 이 인물을 지켜보게 만들었습니다.서재혁, 처음부터 응원하기 어려운 주인공서재혁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감찰 문제에 걸린 상황에서 신입 김중호를 이용해 자신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려 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거칩니다.보통 범죄영화의 주인공 형사는 어느 정도 편을 정해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성..

영화리뷰 2026. 9. 28. 22:45
《암살자들》 숫자부터 다시 세어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범인보다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암살자들》에서는 5연발 총에서 시작된 사건을 추적할수록 현장에 남은 흔적과 총성 사이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깁니다. 처음에는 범인을 쫓는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 관심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왜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데 조사는 계속 앞으로 갔을까. 품질관리 일을 해온 저에게는 그 과정이 유난히 불편하게 보였습니다.다섯 발에서 시작된 작은 의문《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벌어진 실제 사건을 소재로 삼지만, 당시 정황과 증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그래서 저는 화면에 등장하는 추론을 역사적 결론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의문을 쌓아가는지 따라갔습니다.가장 눈에 들어온 ..

영화리뷰 2026. 9. 25. 19:27
타짜 벨제붑의 노래, 운이 만든 배신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예상 밖으로 오래 남은 건 화려한 포커패가 아니었습니다. 장태영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사람이 가장 가까운 친구 박태영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처음에는 또 한 번 기술과 속임수로 판을 뒤집는 이야기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장태영은 조금 다릅니다. 잘해서 이기는 사람이라기보다 지려고 해도 마음대로 지지 못할 만큼 기막힌 운이 따라붙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누구보다 오래 지켜본 사람이 박태영이었습니다. 져야 하는데 좋은 패만 들어왔다장태영의 타고난 운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일부러 돈을 잃어야 하는 포커판입니다. 상대에게 일정한 금액을 넘겨야 하는데 하필 좋은 패가 연달아 들어옵니다.기존 《타짜》를 볼 때는 좋은 패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상대를 속일지가 궁금했습니다. 패가 ..

영화리뷰 2026. 9. 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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