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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배운 건 간병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돌봄과 그냥 돌봄이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을 보고 나서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전문 간병인이 아닌 뒷골목 청년이 전신마비 부호의 삶을 바꿔놓는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현실의 돌봄 현장에 던지는 질문이 꽤 묵직합니다.
돌봄의 배경: 전문성과 태도 사이의 간극
영화는 전신마비(tetraplegia) 상태의 부호 필립이 간병인을 면접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전신마비란 경추 손상 등으로 인해 목 아래 사지의 운동·감각 기능이 모두 소실된 상태를 말합니다. 지원자들은 나름의 자격과 경력을 내세우는데, 정작 채용되는 건 강도 혐의로 복역 후 출소한 드리스였습니다.
이 설정이 단순한 코미디 장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인 질문이 하나 생겼습니다. 실제 돌봄 현장에서도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반드시 더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제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두 분의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경험했습니다. 요양보호사란 노인복지법에 따라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신체 활동 및 일상생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입니다. 두 분 모두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동일한 시간 동안 동일한 비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두 분 모두 같은 자격을 가진 요양보호사였지만, 가족인 제가 체감한 돌봄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때 저는 자격이나 경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돌봄에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가족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해주었는가'만큼이나 '어떻게 대해주었는가'였습니다.
간병인 태도: 숫자로 보이지 않는 것들
드리스가 필립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는 필립을 동정하지 않았습니다. 약을 챙기고 이동을 돕는 일상적 수발 외에도, 함께 농담하고 생일파티에서 분위기를 바꾸고 패러글라이딩을 함께 경험했습니다. 전문 간병인이라면 안전을 이유로 권하지 않았을 선택들이었습니다.
저는 외할머니를 돌보던 한 달을 떠올리면 그 차이가 아직도 선명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약을 제시간에 드시는 날보다 누군가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신 날 할머니의 표정이 훨씬 밝았습니다. 몸 상태가 나쁜 날에도 좋은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신 날은 점심을 더 잘 드셨습니다.
정서적 돌봄(emotional caregiving)의 중요성은 의료계에서도 점점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서적 돌봄이란 신체적 처치 외에 환자의 감정 상태, 심리적 안정감, 사회적 연결감을 의도적으로 지지하는 돌봄 행위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고령자의 건강을 단순한 신체 기능만이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출처: WHO 고령화 및 건강 부문).
다만 제가 가족으로서 느낀 아쉬움은 이런 정서적인 부분을 시간이나 서비스 항목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방문요양 서비스는 서비스 시간과 제공 항목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느끼는 안도감이나 신뢰 같은 부분은 숫자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한 시간의 돌봄이라도 가족이 체감하는 만족감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가족 입장에서 가장 필요했던 건 체크리스트 이행 여부가 아니라 "오늘 할머니가 편안하셨을까"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그 확신은 자격증 번호가 아니라 선생님의 태도에서 왔습니다.
요양보호사 선택: 태도를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는가
영화 속 필립의 주변 사람들은 드리스의 채용을 반대했습니다. 전과자였고, 간병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필립은 자신을 불쌍하게 보지 않는 그 눈빛 하나로 결정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선택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그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만날 때 몇 가지를 눈여겨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옵니다. 말을 먼저 거는지, 이용자의 눈을 보며 대화하는지, 집에 들어왔을 때 어르신에게 먼저 인사하는지 같은 아주 사소한 행동들입니다. 이른바 라포(rapport) 형성 능력, 즉 돌봄 대상과 자연스럽게 신뢰 관계를 쌓는 소통 능력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장기요양보험 제도 안에서 이용자 가족이 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도 있습니다. 장기요양보험이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국가가 신체 활동·가사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입니다. 이 제도 안에서 요양보호사 변경은 절차가 번거롭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제가 생각보다 선택권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감정 노동 인정이 선행되어야 태도 좋은 분들이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돌봄을 기대하면서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환경은 외면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드리스가 필립을 사람으로 대했던 것처럼, 요양보호사를 단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닌 전문 돌봄 인력으로 대우하는 사회적 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 및 비판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 씁쓸했던 건 드리스가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드리스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특별해져 버린 사회가 더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외할머니를 돌보면서 자주 느꼈습니다. 가족들은 요양보호사에게 대단한 걸 바라지 않습니다. 더 오래 일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가족처럼 희생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할머니가 외롭지 않았는지, 식사는 잘 드셨는지, 표정이 평소와 달랐는지 그 정도만 함께 봐주는 사람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이상하게도 그런 가장 기본적인 마음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는 모든 요양보호사가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이 일은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감정 소모도 큰 직업입니다. 처우 역시 그만큼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에서는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도 오래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돌봄의 문제를 개인의 성실함으로만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좋은 돌봄을 원하면서도 정작 돌봄 노동의 가치는 너무 싸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계산하지만 마음은 계산하지 않고, 업무는 기록하지만 신뢰는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이 평가 밖으로 밀려나는 겁니다.
품질관리 일을 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아마 제가 오랫동안 숫자로 결과를 확인하는 품질관리 일을 해왔기 때문에 이 부분이 더 크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는 생산량과 불량률은 숫자로 관리하지만, 현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확인한 사람의 노력은 숫자로 남지 않습니다. 돌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록에는 같은 한 시간이지만, 가족이 느끼는 한 시간은 전혀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터처블》은 저에게 장애를 극복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일이 왜 특별한 일처럼 여겨지는 사회가 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은 질문도 그것입니다. **우리는 돌봄을 돈으로 사고 있는 걸까, 아니면 사람의 마음을 빌리고 있는 걸까.**
자주 묻는 질문
Q. 언터처블은 실화인가요?
A. 맞습니다. 영화는 프랑스 사업가 필리프 포조 디 보르고와 그의 간병인이었던 압델 셀루의 실제 관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두 사람은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필립은 이후 재혼해 두 딸을 두었다고 전해집니다.
Q. 방문요양 서비스는 어떻게 신청하나요?
A.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1~5등급 또는 인지지원등급을 받은 어르신이라면 재가급여 형태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역별 장기요양기관을 통해 요양보호사와 연결됩니다.
Q. 요양보호사가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계약한 장기요양기관에 변경 요청을 하면 됩니다. 다만 기관에 따라 대기 시간이 생길 수 있고, 기관 자체를 변경하는 것도 선택지입니다. 이용자 가족 입장에서 생각보다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전신마비 환자는 어떤 돌봄이 필요한가요?
A. 전신마비의 경우 호흡 관리, 욕창 예방, 체위 변경, 배변·배뇨 관리 등 의료적 처치가 필수적입니다. 동시에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정서적 돌봄도 매우 중요합니다. 영화 속 필립이 드리스를 만나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는 과정 역시, 이러한 정서적 교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론
《언터처블》은 저에게 장애를 극복하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일이 왜 이렇게 특별한 일이 되었는지를 묻는 영화였습니다. 외할머니를 돌보던 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좋은 돌봄은 기술보다 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완벽한 서비스가 아니라, "오늘도 괜찮으셨어요?"라고 먼저 물어봐 주는 진심이었습니다.
외할머니를 돌보며 저도 같은 것을 보았습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을 선택할 때, 그리고 우리 사회가 돌봄 시스템을 평가할 때 숫자로 보이지 않는 마음도 함께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돌봄은 하루의 일과일 수 있지만, 돌봄을 받는 사람에게는 하루를 살아갈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