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저는 집에 들어가면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거실에는 아버지가 계셨지만 대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스트 송》 속 로니가 아버지를 외면하는 장면을 보며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아버지와 화해: 상처가 먼저냐, 이해가 먼저냐가족이라는 이름이 항상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걸, 저는 꽤 일찍 배웠습니다. 《라스트 송》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로니의 첫사랑도 아니고 바다거북도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 싸늘한 눈빛이었습니다.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 장면에서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제 학창 시절을 다시 본 것 같았습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강한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
매년 여름이면 뉴스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이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예전에는 그저 날씨 뉴스의 한 문장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그 말이 현실의 경고처럼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지오스톰을 다시 보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과장된 재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영화보다 현실이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사계절 - 사라진 계절, 잃어버린 일상의 풍경영화 지오스톰은 극단적인 기후 이변으로 죽어가는 지구를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수천 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기후 통제 시스템 '더치보이'가 오작동하면서 사막 한가운데 마을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이고, 도쿄 상공에서는 갑작스러운 우박이 쏟아집니다.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설정이 너무..
폭풍이 무서운 게 아닙니다. 진짜 무서운 건 폭풍이 지나간 뒤 남겨진 시간을 혼자 견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드리프트》를 보면서 저는 바다보다 제 삶을 더 많이 떠올렸습니다. 가족을 돌보고, 책임을 감당하고, 내 감정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 그래서 이 영화는 제게 생존 영화가 아니라 외로움에 대한 영화로 남았습니다.생존심리: 사람은 무엇으로 버티는가혼자 망망대해에 남겨진다면 당신은 며칠이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까?태미는 41일을 버텼습니다. 식량도 떨어지고, 요트는 만신창이가 됐고, 함께 떠났던 연인 리처드는 폭풍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반전을 하나 숨겨두고 있습니다. 내내 태미 곁에서 항해를 도왔던 리처드가 사실은 그녀의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는 것입니다.여기..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기억에 남는 것은 성과나 돈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평범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런던 금융가에서 성공만 좇던 맥스 스키너가 프랑스 프로방스의 포도밭을 상속받으며 진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저 역시 외할머니를 돌보고 반려묘 바론이와 쿠키를 키우며 살아오면서, 행복은 미래의 성공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와인 영화나 로맨스가 아닙니다. 경쟁과 성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조용히 묻는 작품입니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숫자로 계산되는 성공이 아니라 함께한 추억과 관계라는 메시지가 ..
이직을 고민할 때 보통 연봉 협상력이나 커리어 개발을 이유로 듭니다. 그런데 저는 10년 가까이 한 회사에 다니다가 떠났고, 다시 돌아온 경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진짜 이유는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채바퀴 같은 일상, 권태가 쌓이는 방식아침 7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퇴근하고, 다음 날 또 같은 시간에 눈을 뜨는 일상. 저는 그 패턴이 10년 가까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이상한 감정이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회사가 특별히 나빴던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이 계속 답답했습니다.영화 《굿걸》의 저스틴이 떠오르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텍사스 로데오마트에서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던 저스틴..
"마음만 먹으면 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불편했습니다. 직장과 가족 돌봄이 겹치던 시절, 그 말은 위로보다 부담으로 먼저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언브로큰》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강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무너지면서도 다음 날 일어나는 것이 진짜 생존이라는 걸 이 영화가 조용히 보여줬습니다.태평양 표류 47일, 실화가 주는 무게감《언브로큰》은 실존 인물 루이 잠페리니(Louis Zamperini)의 일생을 다룬 전기 영화입니다. 2014년 앤젤리나 졸리 감독이 연출했고, 같은 제목의 원작 논픽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이민 가정 출신인 루이는 어린 시절 방황하다가 형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실제 장거리 달리기 선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