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옷 갈아입을 힘도 없고, 그렇다고 바로 자기에는 하루가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날이면 괜히 TV를 켜놓고 멍하니 리모컨만 돌립니다. 조용한 영화는 오히려 더 우울해질 때가 있어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이상하게 시끄럽고 밝은 영화를 찾게 됩니다. 맘마미아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ABBA 음악 — 사람 기분까지 바꾸는 노래의 힘맘마미아를 이야기할 때 결국 빠질 수 없는 건 음악입니다. 솔직히 영화 줄거리보다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맘마미아는 이상하게 장면보다 음악이 기억 속에 오래 남습니다. 영화 속 노래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닙니다. 인물들이 직접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음악이 대신 설명해 줍니다. 뮤지컬 영화에서 흔..
가족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은 그 씁쓸한 진실을 강물처럼 조용히 흘려보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화면 속 강물보다 사람들의 표정이 더 오래 눈에 남았기 때문입니다.가족 이해 — 알면서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이유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다 보면 노먼과 폴 형제가 참 다르게 느껴집니다.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같은 강을 보며 컸는데, 살아가는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노먼은 조용히 참고 버티는 사람이고, 폴은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모습이 영화 속 이야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도 가족은 늘 그렇기 때문입니다.저희 ..
액션 영화를 보고 나서 현실 걱정이 더 많이 남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를 다시 보다가 총알이 휘어지는 장면보다 멍한 얼굴로 회사 자리에 앉아 있던 웨슬리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스타일 좋은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그 안에는 직장인의 무기력과 억눌린 감정이 꽤 현실적으로 들어 있었습니다.특히 요즘처럼 하루하루 버티듯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는 이 영화가 단순한 킬러 영화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퇴근하고 지친 상태로 봤는데 이상하게 액션보다 제 현실 생각이 더 많이 떠오르더군요.직장인의 무기력, 웨슬리는 왜 그렇게 됐나웨슬리 깁슨은 처음부터 무너진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영화가 그 과정을 꽤 현실적으로 보여줬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포기하..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사랑이 식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보다 제 기억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멀어질 수 있다는 공포, 저는 그걸 직접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판타지 설정 안에 담긴 이야기가 왜 이렇게 현실처럼 느껴지는지, 그 이유를 함께 풀어보려 합니다.감정단절 연락이 끊겼던 그 시간이 가르쳐준 것처음엔 그냥 바쁜 줄 알았습니다. 누구나 그럴 때 있잖아요. 연락 조금 뜸해지고, 답장 늦고, 피곤해서 잠들 수도 있는 거니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괜히 혼자 예민해지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었거든요.근데 사람 마음이 참 웃깁니다. 하루 이틀 지나기 시작하니까 별거 아닌 휴대폰 진동에도 심장이 먼저 반응하더군요. 일하다 말고 ..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나서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긁히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 영화 이 딱 그랬습니다.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인데, 보고 나서 예전 제 기억들이 불쑥 따라 올라왔습니다. 단순히 슬픈 영화가 아니라, 보는 내내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트라우마 몸이 먼저 기억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영화 을 보면서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건 정순의 몸이었습니다. 머리는 기억을 잃었는데 몸은 먼저 반응한다는 설정이 처음엔 영화적 장치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그게 생각보다 현실적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이상할 만큼 오래 기억할 때가 있습니다.정순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바람이 심하게..
사랑하면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1994년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 믿음에 조용히 균열을 냅니다. 맥 라이언과 앤디 가르시아가 연기한 부부의 이야기인데, 저는 이 영화를 어릴 때 한번, 그리고 최근에 다시 한번 봤습니다. 두 번 봤는데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맥 라이언과 알코올 중독, 왜 이 영화가 지금도 유효한가솔직히 처음엔 맥 라이언 얼굴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때 비디오 가게에 가면 이름부터 찾았고, TV에서 해준다고 하면 방송 시간표까지 체크하며 기다렸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편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미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웃고 있는데도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영화 속 앨리스는 초등학교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