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그냥 남 이야기처럼 보였습니다. 미국 남부 어부 가족 이야기, 먼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제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상처를 덮고 사는 사람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 그 이야기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습니다.가족과 상처의 배경탐은 처음 보면 그냥 불편한 사람입니다. 말투는 거칠고, 감정 표현도 없고, 어머니만 보면 바로 표정이 굳습니다. 근데 이걸 오래 보고 있으면 생각이 바뀝니다. 저 사람이 원래 저런 게 아니라,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 느껴집니다. 저도 노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비슷한 순간을 자주 겪습니다.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가족입니다. 큰 문제없어 보이고, 그냥 같이 사는 집입니다. 근데 안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동화처럼 시작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위로받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반대였습니다. 판의 미로를 끝까지 보고 나서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고, 그게 제 얘기 같아서 더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선택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동화적 세계관판의 미로는 1944년 스페인 내전(Spanish Civil War) 직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스페인 내전이란 1936년부터 1939년까지 파시스트 세력과 공화주의 세력 사이에 벌어진 무력 충돌로,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권이 승리하면서 수십 년간의 독재 체제가 시작된 역사적 사건입니다. 영화는 그 이후 숲 속 군사 기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판의 미로는 현실과 판타지를 계속 교차시키면서 관객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3년 넘게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곁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는데도 그 사람의 기억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감각, 그게 사람을 가장 이상하게 갉아먹습니다. 영화 아멜리에는 바로 그 감각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을 걸어옵니다.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아멜리에의 주인공 아멜리는 어릴 때부터 혼자였습니다. 군의관 출신 아버지는 늘 바빴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떴습니다. 그녀가 외로움을 버텨온 방식은 상상이었습니다. 현실 대신 머릿속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작은 기쁨을 찾는 것.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생산적인 방식이지만, 저는 그게 꽤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인 건 알겠는데, 보는 내내 "나는 저렇게 못 하겠다"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거든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남은 건 희망보다는 묘하게 현실적인 무게감이었습니다. 그 감정이 뭔지 정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배경: 멋진 선택처럼 보이는 것들의 속사정영화 위 버스 어 주(We Bought a Zoo)는 아내를 잃은 언론인 벤자민 미(Benjamin Mee)가 두 아이를 데리고 폐업 직전의 동물원을 통째로 매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 자주 거론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이 영화를 접했을 때, 솔직히 감동보다 먼저 든 감정은 “이건 좀 위험한데”였습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폐업 직전 동물원을 산다는 ..
관객 수 1,130만 명. 숫자로 보면 의심할 여지없이 성공한 영화입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한국에서도 이런 재난 영화가 나오네” 정도로 봤습니다. CG도 괜찮고, 배우들도 익숙하고, 이야기 흐름도 나쁘지 않아서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까, 이상하게 감동 장면은 흐릿해지고 다른 감정이 남았습니다. 딱 잘라 말하면 불편함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분명 눈물 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그 눈물이 마르고 나면 남는 질문들이 너무 많습니다. 근데 그 질문들에 대해 영화는 끝까지 답을 안 합니다. 그냥 감정으로 덮고 지나갑니다.일상이 무너지는 순간해운대에서 제일 무서웠던 장면은 거대한 파도가 덮치는 순간이 아닙니다. 그 직전입니다. 사람들이 웃고 떠들고, 사진 찍고, 아..
위로가 되는 영화라고들 하는데, 저는 보고 나서 오히려 더 허전했습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2003년작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제76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화려한 도쿄를 배경으로 두 이방인의 짧은 연결을 그리지만, 그 연결이 끝난 자리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습니다.외로움 — 함께 있어도 더 깊어지는 감정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만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믿음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은 더 확실해졌습니다. 샬롯이 호텔 창가에 앉아 도쿄의 네온을 바라보는 장면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습니다. 도시 전체는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불빛은 꺼지지 않고, 사람들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