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2024년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는 호찌민에서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의 하룻밤을 그린 작품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제가 겪었던 이별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분명 있었는데 현실 앞에서 무너졌던 그 관계가 말이죠. 영화 속 정원과 은호처럼 저도 누군가를 보내준 적이 있고, 그때의 선택이 옳았는지 아직도 가끔 생각합니다.사랑보다 무거웠던 현실의 무게영화는 2008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생이던 정원과 은호는 산사태로 길이 막힌 버스 안에서 만나 인연을 시작하죠. 정원은 보육원 출신으로 늘 돌아갈 집을 그리워했고, 은호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여기서 '보육원 출신'이라는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정..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열심히 한 사람이 항상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다.저도 인원은 넉넉하지 않은데 일정까지 빠듯한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부족한 만큼 더 많이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이 끝난 뒤 돌아보니 부족했던 것은 노력의 양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힘을 집중하고 어느 순간에 판단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겁니다.《F1 더 무비》를 보면서 그때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소니 헤이스의 레이스를 계속 보다 보니 한 가지 의문도 생겼습니다.상황을 이용하는 영리한 판단과 결과를 위해 선을 넘는 행동은 어디에서 갈라질까.남들과 다르게 움직인 첫 번째 순간소니 헤이스가 합류한 APXGP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팀입니다. 소니 역시 한때 F1 ..
《겨울왕국 2》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는 화면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엘사가 검은 바다의 거대한 파도를 향해 달려가는 순간에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그런데 영화가 끝난 뒤에는 이상하게도 전편보다 허전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로 볼수록 좋아지는 순간은 늘어났는데 이야기 전체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선명해졌습니다. 이미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고 아렌델의 여왕이 된 엘사를 다시 떠나게 할 이유가 정말 충분했을까요?이미 끝난 엘사의 이야기를 다시 움직인 이유1편의 엘사는 자신의 힘을 두려워했고 그 때문에 사람들과 거리를 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도망치던 자리에서 돌아와 능력을 받아들이고 아렌델 사람들 앞에 섭니다. 저에게 《겨울왕국》의 결말은 꽤 단단했습니다.그래서 2편은 시작부터..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또 사극이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싸움과 익숙한 역사 이야기를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극장을 나오면서 오래 남은 건 왕실의 화려함도 정치 싸움도 아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운명 속으로 밀려난 단종의 표정이었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 나니 흥행 가능성보다 한 가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왕이라는 이름까지 빼앗긴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왕좌보다 유배지의 단종이 먼저 보였다영화는 계유정난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단종의 유배 생활을 따라갑니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 자체보다, 그 결과를 떠안게 된 어린 단종의 시간이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사극이라고 하면 저는 자연스럽게 권력 싸움, 왕좌, ..
누군가는 하고 싶어서 책임자가 되지만, 누군가는 피할 수 없어서 그 자리에 섭니다. 영화 《보스》를 보면서 저는 웃기는 보스 선거보다 이 차이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최근 노부모님을 부양하는 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저 역시 준비해서 선택한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순태가 원하는 삶과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 사이에서 버티는 모습이 그래서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보스가 되고 싶지 않은 남자순태가 원하는 것은 조직의 정점이 아닙니다. 그에게는 중국집 미미루가 있고, 조직원이 아니라 음식으로 인정받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그런데 조직의 차기 보스를 정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면서 그의 계획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보통 조직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