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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의 저는 제 돈으로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거의 하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으로 친구들과 놀면서도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취업하면 그때부터 벌면 되지." 정말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 제가 마흔이 넘어 《백만엔걸 스즈코》를 보니 조금 뜨끔했습니다. 스물한 살의 스즈코는 100만 엔을 모아 다음 도시로 떠나는데, 같은 나이의 저는 부모님에게 다음 달 용돈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스물한 살에 대체 무엇을 모으고 있었을까.
스물한 살의 저는 시간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아르바이트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고 취업은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으면서도 그 돈을 벌기 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일했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놀겠어."
당시에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서른도 멀어 보였고 마흔은 아예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스즈코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읍니다. 그리고 저축이 100만 엔이 될 때마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떠납니다.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부끄러웠던 건 제가 놀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에도 값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았던 기억은 지금도 좋습니다. 그 시간을 후회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때의 저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100만 엔은 독립자금이 아니라 떠날 수 있는 돈이었다
처음에는 스즈코가 멋있어 보였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일하고, 복숭아 농장에서 일하고, 다시 도시로 이동합니다. 싫으면 떠날 수 있다는 삶이 자유롭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스즈코는 새로운 장소에서도 결국 사람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과 가까워질 때마다 스즈코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100만 엔은 자유를 위한 돈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관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주는 돈처럼 보였습니다.
여기서 제20대와 묘하게 겹쳤습니다.
저는 도시를 옮기지는 않았지만 어려운 일 앞에서 자주 "나중에"라고 말했습니다. 취업도 나중에, 돈도 나중에, 책임도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되고 보니 그때 제가 미뤄둔 '나중의 나'가 결국 지금의 저였습니다.
물론 떠난다고 모두 도망은 아닙니다. 자신을 망가뜨리는 환경이라면 떠나는 게 맞습니다. 다만 지금 돌아보면 저는 새 출발을 기다렸다기보다 결정해야 할 순간을 미뤘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마흔이 되어 돈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월급을 받고 생활비를 내기 시작하면서 돈을 보는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20대에는 만 원을 그냥 만 원으로 봤습니다. 지금은 그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가 몇 시간을 일했을지 먼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받았던 용돈도 이제는 다르게 보입니다.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 부모님에게 "이번 달 용돈 좀 더 줘"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던 제가 생각납니다. 어디에 쓸 거냐고 물으면 친구 만나야 한다고 대답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월급을 받아 생활비가 빠져나가는 날짜를 하나씩 챙기다 보면, 그때 부모님이 건네준 몇만 원이 예전처럼 가볍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 때는 안 그랬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저부터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의 취업 환경과 주거비, 물가는 제가 스물한 살이었던 때와 같지도 않습니다.
마흔이 됐다고 제가 스물한 살 때보다 훨씬 현명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월급날을 기다려보고, 잘못된 선택을 해보고, 후회도 해본 뒤에야 몇 가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백만엔걸 스즈코》의 마지막이 좋았습니다. 스즈코는 완벽한 사람이 되어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카지마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동생의 편지를 읽고, 다시 자기 길을 걸어갑니다.
예전의 저라면 "또 떠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예전처럼 도망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상처를 안고도 자기 발로 다시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즈코는 왜 100만 엔을 모으면 떠나나요?
과거의 사건 이후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살아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100만 엔은 단순한 저축액보다 '다시 떠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처럼 보였습니다.
Q. 20대에 놀았던 것을 후회하나요?
아닙니다. 친구들과 보낸 시간은 지금도 좋은 기억입니다. 제가 아쉬운 건 놀았다는 사실보다 시간이 계속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태도입니다.
Q.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인가요?
20대를 지나온 뒤 "그때 나는 뭘 하고 있었지?"라는 생각을 해본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즈코보다 제 과거를 더 많이 보게 된 영화였습니다.
결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지나간 20대가 아깝다기보다 조금 그리워졌습니다.
철없었지만 그것도 저였습니다. 처음 살아보는 스물한 살이었으니 무엇이 중요한지 몰랐던 것도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래서 지금 스물한 살의 저를 만난다면 "열심히 살아"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놀아도 괜찮아. 그런데 지금 이 시간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
스즈코에게 100만 엔이 다음 도시로 떠날 수 있게 해주는 돈이었다면, 제게 이 영화는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는 대신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 작은 출발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