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산타클로스의 탄생을 다룬다기에 아이들용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클라우스》는 단 하나의 친절이 마을 전체를 바꾸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그 방식이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착하게 살면 다 잘 된다"는 말 대신, 왜 선행이 이어지는지를 구조로 설명하는 작품입니다.친절 하나가 만드는 나비효과, 영화는 어떻게 보여주나처음엔 제스퍼가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자 이상하게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부탁을 받으면 먼저 나서던 사람이었는데, 몇 번 이용당하고 나니 저 역시 '이번엔 모른 척하자'는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웃을 수가 없었습..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쓰나미 장면보다, 물이 차오르는 공간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던 사람들의 모습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재난을 다룬 블록버스터라고만 알고 봤는데, 실제로는 책임과 희생,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를 담은 영화였습니다.초호화 여객선과 재난서사 — 이 영화가 선택한 무대솔직히 처음엔 '또 재난 블록버스터겠거니' 하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백화점, 카지노, 수영장까지 갖춘 초호화 여객선이 배경이라니, 스펙터클 위주의 전개가 뻔히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영화 《포세이돈》(2006)은 새해를 맞아 수천 명의 승객이 탑승한 초대형 크루즈 선박이 거대한 쓰나미에 뒤집히면서 시작됩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1970년대 첩보 영화란 그저 총격과 추격전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Three Days of the Condor, 1975)은 달랐습니다. CIA 내부의 음모 속에서 혼자 살아남은 한 남자가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그 진실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가를 끝까지 묻는 영화였습니다.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마음이 묵직했습니다.안정을 선택하는 순간, 진실은 어디로 가는가처음에는 평범한 첩보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관객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CIA 산하 위장 조직에서 책과 신문을 분석하던 조셉 터너는 점심을 사러 나갔다 돌아온 순간, 동료들이 모두 살해된 현장을 마주합니다.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조직은 오히려 그를 제거하려 하고..
직장에서 실수 없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 한 번쯤은 느껴보셨을 겁니다. 저도 품질관리 업무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일이 즐겁다기보다 '틀리지 않아야 한다'는 긴장이 먼저 앞서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 우연히 다시 본 영화 《위대한 승부》가 그 감정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체스 신동 조시의 이야기인데, 사실 이건 체스 영화가 아닙니다. 경쟁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재능이 있다는 건, 축복일까 짐일까영화 속 조시는 공원에서 낯선 어른들과 체스를 두며 자연스럽게 실력을 키웁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어서 두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주변이 그 재능을 알아채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아버지는 기대를 품고, 코치는 더 철저하게 훈련시키려 합니다. 조시는 점점 '체스를..
700만 명. 2015년 개봉 당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동원한 관객 수입니다. 저는 이 숫자보다 영화관을 나오는 길에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는 사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는 거창한 애국심보다 그냥 살아남고 싶었어." 어릴 때는 흘려들었던 그 한마디가, 영화 속 폭격 장면보다 훨씬 무겁게 가슴에 박혔습니다.1950년 9월, 왜 인천이어야 했나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은 불과 석 달 만에 국군과 유엔군을 낙동강 방어선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전선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그 시점에서 맥아더 장군이 꺼낸 카드가 바로 인천상륙작전(Operation Chromite)이었습니다. 여기서 크로마이트 작전이란 낙동강 전선의 북한군 후방을 기습 차단해 전세를 단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그냥 여름 피서용 귀신 영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무더위에 극장 냉방 바람이나 쐬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전혀 다른 질문을 가슴에 안고 나왔습니다. 신민아 주연의 심리 스릴러 《눈동자》,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스릴러 분석 —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이유주말 오전, 날씨는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습니다. '더운 날엔 역시 공포 영화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수원 롯데시네마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신민아가 오랜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는 점도 선택에 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제 머릿속에 남은 것은 무서운 장면이 아니라 한 가지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눈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시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