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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어스 (팀워크, 개인기, 믿음)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우리 반에는 누구보다 힘이 센 친구가 있었고, 모두가 "이번 경기는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시작 30초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30년이 지나 영화 《후지어스》를 보고서야 제대로 이해했습니다.슬램덩크를 좋아하면서도 강백호나 서태웅 같은 개인기에 더 눈이 갔고, 팀워크는 그 주변을 채우는 배경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986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후지어스》를 보고 나서, 그리고 초등학교 운동회 줄다리기에서 졌던 날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영화를 보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슬램덩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작품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확인..

영화리뷰 2026. 8. 4. 10:22
어나더 라운드 (덴마크 정서, 불안 철학, 절제)

술에 실려 응급실에 간 날, 저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만 했습니다. '분명히 즐겁게 시작했는데.' 《어나더 라운드》를 보다가 그 기억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술로 자신감을 찾으려던 네 명의 교사 이야기가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덴마크라는 나라가 만들어낸 정서, 그 출발점《어나더 라운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덴마크라는 나라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배경이 이렇게까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할 줄은 몰랐거든요.덴마크는 일 년 내내 일조량이 부족하고,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국토의 최고 지점이 해발 300m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지형도 낮고 평평합니다. 그러니 지리적으로나 기후..

영화리뷰 2026. 8. 3. 14:50
테넷 해석 (줄거리 이해, 후회, 인버전)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나만 이해 못 한 건가?" 싶어서 혼자 조용히 검색창을 열어본 적 있으신지요. 저는 《테넷》을 처음 봤을 때 정확히 그랬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개봉을 며칠 앞두고 기대감에 못 이겨 다시 꺼내 봤는데,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여전히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왜 이 영화를 이해하려고만 했는지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테넷》은 시간여행 영화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영화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테넷 줄거리 이해와 결말 해석 — 인버전과 알고리즘의 구조일반적으로 《테넷》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이유는 과학 이론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여러 번 보고 해설 자료를 찾아본 결과, 오히려..

영화리뷰 2026. 8. 3. 09:46
스픽 노 이블 (불편함, 경계선, 가스라이팅)

"사람은 위험해서 속는 게 아니라, '설마'라는 자기 생각에 먼저 속습니다." 《스픽 노 이블》을 보고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건 연쇄살인범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라며 스스로를 설득하던 벤의 표정이었습니다. 그 얼굴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를, 저는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불편함을 무시할 때 생기는 일영화는 이탈리아 휴가지에서 시작됩니다. 벤과 루이스 부부는 우연히 패디와 키아라 부부를 만나고, 영국에 살고 있다는 공통점 하나로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처음에는 평범한 인연처럼 보였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음이 통하는 가족을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벤과 루이스는 반가움을 느낍니다. 이후 패디 가족은 자연스럽게 영국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놀러 오라고 제안합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

영화리뷰 2026. 8. 2. 22:52
더 헌트 (덴마크영화, 집단의심, 명예훼손)

영화를 보는 내내 루카스가 불쌍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엔딩이 가까워질수록 더 불편했던 건, 루카스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 속에서 제 모습을 봤기 때문입니다. 2012년 덴마크 영화 《더 헌트》는 한 아이의 말보다, 그 말을 의심 없이 믿어버린 공동체가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더 헌트 줄거리 — 영화 배경과 맥락《더 헌트》를 처음 봤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영화, 범인이 없는데 왜 이렇게 무섭지?"였습니다. 덴마크의 작은 마을, 유치원 교사 루카스는 이웃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입니다. 이혼 후 혼자 살고 있고, 아들과 가까워지려는 중이며, 동료와 조심스럽게 감정을 쌓아가는 평범한 중년 남자입니다.그런 그에게 다섯 살 클라라가 원장 그레테에게 흘리듯 꺼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

영화리뷰 2026. 8. 2. 12:44
집으로 (버스 멀미, 외할머니 기억, 미안함)

어릴 때는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게임도 안 되고, 시골만 나오는 영화라 지루했습니다. 그런데 20여 년이 지나 다시 본 《집으로..》는 전혀 다른 영화였습니다. 이번에는 상우가 아니라, 제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먼저 보였습니다. 영화는 그대로였는데, 달라진 건 제 나이였습니다.제작비 15억 원, 국내 관객 410만 명. 2002년에 나온 이 영화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꾸준히 소개되며 사랑받아 온 작품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말도 없는 할머니와 도시 아이의 여름 이야기가 왜 이렇게 오래가는 걸까, 다시 틀어서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버스 멀미와 어머니의 무릎상우가 시골 버스에 몸을 구기고 앉는 장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화면 대신 제 어린 시절이 먼저 떠올..

영화리뷰 2026. 8. 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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