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길버트 그레이프 (책임의 무게, 가족관계, 결말 해석)

회사에서는 이상하게도 일을 잘 끝낸 사람이 다음 일까지 맡게 됩니다. 《길버트 그레이프》를 보면서 저는 가족 안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9명이 사는 작은 마을 앤도라에서 길버트는 동생을 돌보고, 돈을 벌고, 집까지 고칩니다. 그런데 영화를 볼수록 ‘길버트가 얼마나 착한가’보다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 왜 다음 차례는 항상 길버트일까.잘 해낸 사람이 왜 더 많이 맡게 되는 걸까길버트는 가족 안에서 가장 많은 책임을 떠안고 있는 인물로 보입니다. 장애를 가진 동생 아니를 돌보고, 식료품점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하고, 무너져 가는 집을 수리하는 일까지 맡습니다. 어머니 보니는 남편을 잃은 뒤 7년째 집 밖을 나오지 않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가족들도 각자의 몫을 하고 있지만,..

영화리뷰 2026. 8. 15. 23:36
레이디 버드 결말, 다시 크리스틴이 된 이유

엄마와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었는데 같은 집에서 필요한 말조차 꺼내지 못했던 그 며칠이, 《레이디 버드》를 보는 내내 계속 떠올랐습니다. 2017년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새크라멘토를 벗어나고 싶어 하는 열일곱 살 소녀입니다. 그런데 저는 크리스틴의 뉴욕행보다, 서로 아끼면서도 번번이 가장 아픈 말을 골라 하는 엄마와 딸에게 더 오래 시선이 머물렀습니다.탈출하고 싶다는 것, 그 마음의 정체크리스틴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조차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고 부릅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것을 흔한 사춘기 반항 정도로 봤습니다. 그런데 집 주소까지 숨기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아이가 바꾸고 싶었던 것은 이름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영화리뷰 2026. 8. 15. 11:28
인터스텔라 리뷰, 머피가 기다린 수십 년의 시간

《인터스텔라》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블랙홀과 웜홀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 외할머니 병원을 오가는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다시 보니 이상하게도 우주 장면보다 아버지와 딸의 장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의 저는 이 영화를 우주를 다룬 SF로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밀러 행성의 파도보다 쿠퍼가 밀린 영상 편지를 확인하는 장면이 더 무서웠습니다.밀러 행성에서 쿠퍼가 잃어버린 23년영화 속 미래 지구는 병충해와 반복되는 먼지 폭풍으로 작물이 하나씩 사라지고, 사회 전체가 식량 생산에 매달리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끊임없이 날아드는 흙먼지 때문에 사람들은 마스크 없이 바깥에 나가기 어렵고, 식탁 위 접시까지 뒤집어 두어야 합니다. 전직 우주 비행사 쿠퍼는 어느 날 딸 머피의..

영화리뷰 2026. 8. 13. 14:19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 (문제아, 위탁가정, 가족)

아이를 문제아로 만드는 건 아이 자신일까요, 아니면 그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일까요. 《내 인생 특별한 숲속 여행》을 보고 나서 제가 처음 든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유머와 뉴질랜드 자연이 어우러진 로드무비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가족’이 아니라 ‘자리’였습니다.누군가에게는 당연히 주어지는 공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찾아 헤매야 하는 목적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몇 년 전 할머니가 계시던 병실 앞에서 한참 동안 문을 열지 못하고 서 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문제아가 아니라 자기편이 없었던 아이영화 속 리키는 여러 위탁가정(foster home)을 옮겨 다니며 자란 아이입니다. 어른에게는 주소가 바뀌는 ..

영화리뷰 2026. 8. 12. 11:22
프로포즈 (계약결혼, 무장해제, 뻔한결말)

차 트렁크를 꽃으로 가득 채웠던 날이 있었습니다. 보라색 장미와 안개꽃, 그 가운데 놓인 스니커즈 상자. 《프로포즈》를 보다가 그 장면이 불쑥 떠올랐습니다. 거창한 이벤트보다 상대가 무심코 했던 한마디를 기억해두는 것.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저는 사랑에서 그런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얼마나 현실적일까《프로포즈》(The Proposal, 2009)는 캐나다 국적의 출판사 편집장 마거릿이 미국에서 계속 일하기 어려워지고 추방 위기에 놓이자, 부하 직원 앤드루에게 위장결혼을 요구하면서 시작됩니다. 현실에서 그대로 실행했다면 이민법상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이 무리한 설정을 코미디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해졌습니다. 실제로..

영화리뷰 2026. 8. 11. 21:32
트러스트 (우산 기울이기, 신뢰, 사랑의 균형)

비 오는 날 우산을 같이 쓰다가 집에 도착했을 때 한쪽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우산을 상대 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던 겁니다. 1990년 할 하틀리 감독의 영화 《트러스트(Trust)》를 보면서 이상하게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속 두 사람은 사랑보다 존중과 신뢰라는 말을 먼저 꺼냅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저는 오히려 다른 질문이 생겼습니다. 믿는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걸까요.우산을 기울이는 마음 — 사랑의 시작사랑을 확인하려면 표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랑해"라는 말도 듣고 싶었고, 말하지 않으면 마음을 어떻게 아느냐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런 말들보다 훨씬 오래 남는 건 말 한마디 없이 이루어지는 작은 행동들이었습니다. ..

영화리뷰 2026. 8. 11. 11:37
이전 1 2 3 4 5 6 7 8 ··· 45 다음
이전 다음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티스토리툴바

운영자 : dailyroutine15
2026 바론&쿠키의 영화노트. All rights reserved.

※ 바론&쿠키의 영화노트는 직접 관람한 영화에 대한 감상과 개인적인 해석을 기록하는 영화 리뷰 블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