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1994년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 믿음에 조용히 균열을 냅니다. 맥 라이언과 앤디 가르시아가 연기한 부부의 이야기인데, 저는 이 영화를 어릴 때 한번, 그리고 최근에 다시 한번 봤습니다. 두 번 봤는데 완전히 다른 영화였습니다.맥 라이언과 알코올 중독, 왜 이 영화가 지금도 유효한가솔직히 처음엔 맥 라이언 얼굴부터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때 비디오 가게에 가면 이름부터 찾았고, TV에서 해준다고 하면 방송 시간표까지 체크하며 기다렸습니다. 인터넷이 지금처럼 편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미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있었습니다. 웃고 있는데도 지쳐 보이는 얼굴이었습니다. 영화 속 앨리스는 초등학교 상..
가족 중 누군가 크게 아팠던 경험이 있다면, 병원 복도에서 가족 사이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 것입니다. 처음엔 다들 서로를 위로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목소리 톤이 바뀝니다. 저는 그 분위기를 영화 마더스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사람이 상실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 그리고 왜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게 되는지.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불편할 만큼 정밀하게 보여줍니다.상실이 만들어낸 의심의 심리영화 속 셀린은 아들 맥스를 사고로 잃은 뒤 조금씩 무너져갑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슬픔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시선은 현실보다 불안에 더 붙잡히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일상처럼 보여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사고 당일 장면이 반복되고,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합니다. 특히..
저는 투모로우를 처음 봤을 때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뉴욕이 얼어붙고, 거대한 파도가 도시를 덮치고,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는 장면이 신기했습니다. 친구들이랑 “와 저걸 극장에서 보면 진짜 재밌겠다” 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이런 영화가 현실이랑 연결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근데 요즘은 다릅니다. 여름마다 뉴스에서 “역대 최고 기온”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고, 봄·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가 며칠 뒤엔 폭염이 오는 걸 보면 이 영화가 더 이상 완전한 상상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예전엔 재난영화를 보면 “설마 저렇게까지 되겠어?” 했는데, 지금은 “속도 차이만 있을 뿐 방향은 비슷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북대서양 난류 붕괴, 영화 속 설정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경고하는 사람을 믿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솔직히 없습니다. 영화 노잉을 보고 나서 그 질문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1959년 타임캡슐에 담긴 숫자 하나가 50년 뒤 세상의 끝을 예언한다는 이야기인데, 정작 제게 남은 건 재난 장면이 아니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한 남자의 표정이었습니다.예언이 담긴 숫자,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는 현실보통 재난 영화라고 하면 빌딩 무너지고, 불길 치솟고,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장면부터 떠오릅니다. 그런데 영화 Knowing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저는 오히려 조용한 장면들이 더 무섭게 남았습니다. 아무도 안 믿어주는 사람 하나가 계속 뛰어다니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1959년, 초등학교 아이들이 타임캡슐에 그림과 편지를 넣습니다. 그런데 루신다라는 아이는 숫자만 빼..
영웅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더 지친 적 있으신가요? 저는 최근 아마겟돈을 다시 봤는데, 이상하게 보고 나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랑 “진짜 미쳤다” 하면서 봤던 영화였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완전히 다른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운석 폭발하고 우주선 날아가는 장면에만 정신이 팔렸는데, 지금은 결국 누군가는 끝까지 남아서 책임을 뒤집어쓴다는 구조가 더 크게 보였습니다.재난영화의 몰입감, 왜 지금 봐도 유효한가아마겟돈은 1998년 영화입니다. 지금처럼 CG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화면이 안 낡았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작은 TV로 처음 봤는데도 그 압박감이 아직 기억납니다. 친구들은 다 “미국 영화 스케일 장난 아니다” 이러면서 좋아했는데, 저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 끝나고 나서 뭔가 묵직한 게 가슴에 걸려, 부모님 주무신 거 확인하고 혼자 거실에 한참 앉아 있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못 여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영화 1987은 그 불편함을 끝까지 놓지 않는 영화입니다.침묵이 불편한 사람들이 공감할 영화저도 처음엔 그냥 역사 영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제가 겪었던 장면들이 자꾸 겹쳤습니다. 예전에 동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억울한 일 당해 소리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힐끔 보고는 그냥 가더라고요.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속으로는 "저건 좀 심한데" 싶었지만, 괜히 끼어들었다가 일 커질까 봐 발걸음만 빨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음이 찝찝했는데, 다음 날이 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