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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끝장수사, 진범보다 서재혁이 남았다

dailyroutine15 2026. 9. 28. 22:45

목차


    끝장수사, 진범보다 서재혁이 남았다

    넷플릭스에서 《끝장수사》를 보고 예상과 조금 다른 곳에서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누가 진범인지 밝혀가는 범죄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니 범인보다 서재혁이라는 형사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 편법도 쓰고, 말과 행동도 거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마무리됐다고 여기는 사건을 모른 척하지도 않습니다. 응원하기에는 걸리는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밀어내기에도 애매한 사람. 그 모순이 오히려 끝까지 이 인물을 지켜보게 만들었습니다.



    서재혁, 처음부터 응원하기 어려운 주인공

    서재혁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감찰 문제에 걸린 상황에서 신입 김중호를 이용해 자신의 골칫거리를 해결하려 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식도 거칩니다.

    보통 범죄영화의 주인공 형사는 어느 정도 편을 정해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성질은 거칠어도 정의감만큼은 확실하다거나, 규칙은 어겨도 피해자를 위해 움직이는 식입니다. 이 인물에게서는 그런 확신이 쉽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첫인상이 조금씩 흔들립니다. 자기 일에서는 편법도 마다하지 않던 사람이 수상한 흔적 하나에는 유난히 집요합니다. 교회 헌금과 스피커가 사라진 작은 절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용의자의 차량에서 이상한 흔적을 발견하고, 그 이야기가 과거 살인사건과 이어지자 그냥 넘기지 않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서재혁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정의감으로 움직인다기보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는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완벽한 영웅이 아니어서 다음 행동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고, 그 점이 이 인물을 평범한 베테랑 형사와 조금 다르게 보이게 했습니다.

    남았던 인상: 자기 문제에는 편법을 쓰면서도, 수상한 흔적 앞에서는 쉽게 발을 빼지 않는 인물이었다.

     

    자백을 끌어낸 순간, 첫 장면이 떠올랐다

    그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절도 용의자를 취조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상대를 처음부터 몰아세우지 않습니다. 옆에서 거칠게 압박하는 사람을 말리는 듯 행동하고, 슬쩍 편을 들어주면서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듯 대화를 이어갑니다. 경계가 풀린 용의자는 결국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자기 입으로 꺼냅니다.

    장면만 놓고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사람을 다루는 베테랑 형사의 노련함도 보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영화의 첫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감옥에 갇힌 남자는 자신이 살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속 그의 설명에 따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같은 질문을 계속 받았고, 가족까지 거론되자 결국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게 됩니다.

    한 사람은 자백 때문에 1년을 잃었다고 호소하는데, 다른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말을 끌어내는 과정이 능력처럼 펼쳐집니다. 두 장면을 이어서 생각하니 마냥 통쾌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현실에서도 범행을 하지 않은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는 허위 자백(false confession)은 실제로 다뤄지는 문제입니다. Innocence Project는 허위 자백이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문 과정과 관련한 여러 위험 요소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Innocence Project 관련 자료

    물론 현실의 개별 사례를 영화 속 상황과 그대로 놓고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억울한 자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진범을 잡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서 모든 과정을 편하게 바라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과가 옳다는 사실만으로 그 과정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걸린 장면: 잘못된 수사를 파고드는 주인공도 거친 수사 방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이미 끝난 사건을 왜 다시 열어야 할까

    이런 불편함을 안고 보다 보니 중반부터는 범인의 정체보다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단서가 나타났는데도 한번 마무리된 사건을 들여다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이미 살인범으로 지목됐고 수사도 정리됐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건에서 붙잡힌 사람이 과거 살인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꺼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확인해 보면 될 일처럼 보이지만, 영화 속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새로 들여다본다는 건 증거 하나를 추가로 확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전에 내렸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고, 지나간 일에 대한 책임까지 마주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대목의 갈등이 단순히 주인공의 앞길을 막기 위한 장치처럼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서재혁도 거창한 사명감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귀찮아하고 투덜거리면서도 맞지 않는 조각이 나타날 때마다 발을 빼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별다른 이득이 없어 보이는데도 결국 사건을 들고 서울까지 올라갑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제목인 ‘끝장수사’도 처음과 조금 다르게 들렸습니다. 범인을 끈질기게 쫓는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제게는 모두가 답을 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물음표 하나를 남기는 과정이 더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달라진 시선: 범인을 찾아내는 능력만큼, 이미 내려진 판단을 의심하는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사람과 좋은 수사 사이에서

    마지막까지 보고도 서재혁에게 ‘좋은 형사’라는 말을 쉽게 붙이지 못했습니다.

    자기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렇고, 거친 수사가 베테랑의 능력처럼 보이는 장면에도 찜찜함이 남았습니다. 억울한 사람이 생겨난 수사를 다루는 작품이라면 그 과정까지 조금 더 날카롭게 바라봤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볼 수도 있습니다. 《끝장수사》는 수사극의 무게만 밀어붙이는 작품이 아니라 서재혁과 김중호가 부딪히며 웃음을 만드는 버디물의 성격도 강합니다. 작은 절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살인사건으로 커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모든 행동을 현실의 수사 기준으로 따지기보다 장르적인 재미로 받아들이는 쪽이 이 영화를 더 편하게 즐기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에는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다만 그렇게 보고 나서도 주인공에 대한 판단만큼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정의로운 형사가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았다면 훨씬 익숙한 이야기가 됐을 겁니다. 이 영화에서는 자기 행동에도 흠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잘못을 파고듭니다. 어떤 순간에는 응원하다가도 조금 뒤에는 그의 방식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넷플릭스를 끄고 나서도 저는 그를 모범적인 형사라고 결론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선택만큼은 마음에 남았습니다.

    모두가 답은 나왔다고 말하는데 눈앞에 맞지 않는 조각 하나가 남아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확인하는 것.

    서재혁이 진범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정의로운 영웅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 역시 흠이 많은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지나친 그 한 조각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췄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생각: 서재혁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보다, 모두가 지나친 의문을 붙잡았다는 사실이 더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