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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문 앞에서 멈췄다

dailyroutine15 2026. 9. 20. 22:09

목차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문 앞에서 멈췄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을 보기 전에는 좀비보다 새로운 설정이 더 걱정됐습니다. 어릴 때부터 《바이오하자드》 게임을 접했고, 이후 나온 《레지던트 이블》 영화도 빠짐없이 봤습니다. 익숙한 인물들을 내려놓고 처음 보는 주인공으로 다시 시작한다니 기대보다는 경계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예상은 반대로 갔습니다. 낯선 주인공을 따라가는 동안 오래전 게임기를 붙잡고 있던 때의 긴장감이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강한 주인공이 사라지자 좀비가 다시 보였다

    브라이언은 의료품을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총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도 아니고 괴물과 맞설 훈련을 받은 인물도 아닙니다.

    이전 영화들을 전부 봐온 제게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한 앨리스가 점점 강해질수록 좀비는 공포의 대상에서 쓰러뜨려야 할 상대로 바뀌었습니다. 액션을 보는 맛은 있었지만 제가 처음 《바이오하자드》를 접했을 때의 막막함에서는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브라이언을 볼 때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괴물이 나타나도 '어떻게 처리할까?'보다 '저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게임을 할 때도 그랬습니다. 총을 가지고 있다고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탄약 몇 발을 쓸지도 고민했고, 복도 끝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다음 문을 바로 열지 못했습니다. 별것도 아닌 문 하나를 앞에 두고 괜히 시간을 끌던 기억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제가 무서워했던 건 괴물의 얼굴보다 준비가 안 된 상태로 앞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브라이언을 따라가는 동안 그 시절의 기분과 닮은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내가 반가웠던 변화: 강한 영웅이 사라지자 좀비를 쓰러뜨리는 방법보다 살아서 빠져나갈 방법을 먼저 찾게 됐습니다.

     

    그런데 브라이언은 왜 이렇게 태연할까

    재미있는 건 마음에 들었던 설정 때문에 오히려 영화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점입니다.

    브라이언은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인데 좀비를 마주한 뒤에는 예상보다 훨씬 침착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눈앞에서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다면 무슨 행동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 전에 몸부터 굳을 것 같습니다.

    공포영화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제 웬만한 잔혹한 장면이나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면에는 크게 놀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안전한 자리에서 화면을 보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정말 눈앞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영화에서처럼 주변을 살피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브라이언의 행동이 처음부터 이상했던 건 아닙니다. 저는 제목부터 알고 극장에 들어갔으니 사람이 이상하게 움직이기만 해도 감염을 예상합니다. 브라이언에게는 그런 정보가 없습니다. 누군가 쓰러져 있다면 일단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행동입니다.

    제가 고개를 갸웃한 건 위험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다음부터였습니다. 그 뒤에도 비교적 빠르게 상황에 적응합니다. 조금 더 허둥대도 되지 않았을까. 엉뚱한 곳으로 뛰거나 너무 겁이 나서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저는 브라이언을 답답해하면서도 '나라도 저랬겠다'며 더 가까이 따라갔을 것 같습니다.

    아쉬웠던 부분: 준비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설정은 좋았지만, 막상 위험과 마주한 뒤의 반응은 제가 기대한 것보다 능숙했습니다.

     

    레온과 클레어가 없어서 좋았던 이유

    익숙한 캐릭터를 앞세우지 않은 선택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레온이나 클레어가 등장했다면 저도 반가웠을 겁니다. 동시에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얼굴과 복장, 행동 하나하나를 게임과 비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서워할 틈도 없이 '원작에서는 이랬는데'부터 찾았을지도 모릅니다.

    브라이언은 제가 처음 만나는 인물입니다.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고, 살아남을지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이 세계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모르는 부분이 생긴 셈입니다.

    다만 여기에는 반대쪽 생각도 남았습니다. 라쿤 시티와 익숙한 세계관을 가져오면서 대표 캐릭터까지 내려놓는다면 굳이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이름이어야 할까.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제 선택은 새로운 쪽입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제가 그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감각을 다른 이야기로 다시 만나는 편이 이번에는 더 재미있었습니다.

    원작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똑같이 보고 싶은 건 아니니까요.

     

    어릴 때 열지 못했던 그 문

    영화가 끝난 뒤 이상하게 좀비 얼굴은 별로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릴 때 《바이오하자드》를 하다가 문 하나를 앞에 두고 가만히 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손에는 총이 있었습니다. 게임을 계속하려면 열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 너머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괜히 탄약부터 확인하고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화면 속 문 하나였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열기 싫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호러 영화와 게임을 오래 보다 보니 괴물이 튀어나오는 순간에는 예전만큼 놀라지 않습니다. 잔혹한 장면도 금방 지나갑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보면서는 오랜만에 '저 앞에는 뭐가 있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브라이언의 행동에는 끝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바이오하자드》에서 좋아했던 공포가 무엇이었는지는 다시 떠올랐습니다.

    괴물이 나타났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보기 전에 궁금할 만한 두 가지

    Q. 이전 《레지던트 이블》 영화를 모두 봐야 하나요?

    A. 기존 밀라 요보비치 주연 시리즈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가는 작품은 아닙니다. 새로운 인물을 중심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이전 영화의 세부 내용을 모르더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부담은 없습니다.


    Q. 《바이오하자드》 게임을 해봤다면 더 재미있을까요?

    A. 게임을 몰라도 영화를 보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게임을 오래 해봤다면 익숙한 설정을 찾는 재미와 함께 제한된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당시의 긴장감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캐릭터를 찾는 것보다 그 감각이 다시 느껴졌다는 점이 더 반가웠습니다.

     

    참고 자료

    영화의 기본 설정과 제작 방향을 확인하는 데 아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본문의 감상과 평가는 영화를 직접 본 뒤 느낀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감독·배우 인터뷰가 포함된 개봉 전 정리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