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운명을 알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도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그냥 미신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상하게 사람 표정이나 눈빛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웠습니다.특히 품질관리 일을 하면서 여러 부서를 오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신기하게도 첫인상에서 “이 사람은 오래 버티겠다”, “이 사람은 금방 지치겠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물론 그게 관상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은 살아온 감정과 현재 상태가 얼굴에 남는다는 건 분명히 느꼈습니다.영화 관상은 바로 그 불편한 지점을 건드립니다. 얼굴을 통해 권력을 읽고, 욕망을 읽고, 결국 인간 자..
2014년 개봉한 영화 러브 로지(Love, Rosie)는 두 남녀가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결국 엇갈리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은 결국 이어진다"는 말보다 "사람은 왜 가장 소중한 사람 앞에서 제일 솔직하지 못할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타이밍이 사랑을 어떻게 무너뜨리는가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두 주인공의 감정 자체가 아니라, 감정이 번번이 어긋나는 구조였습니다. 영화에서 로지와 알렉스는 어릴 때부터 친한 소꿉친구로 자라며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말을 피하고 상대가 먼저 알아주기만을 기다립니다. 졸업 파티를 앞두고 서로 다른 파트너와 함께 가게 되는 장면이 그 단적인..
아침마다 외할머니 상태부터 확인합니다. 밤새 불편하신 곳은 없었는지 살피고, 기저귀 케어를 마친 뒤 허둥지둥 출근합니다. 퇴근 후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를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끝납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열심히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 “그냥 버티고 있다”는 감각이 더 강해집니다.저는 그 시기에 꽃피는 봄이 오면을 다시 봤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실패한 음악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특히 주인공 현우의 냉소와 무기력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냉소는 어떻게 시작되는가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현우를 봤을 때는 그냥 고집스럽고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트럼펫 연주자를 꿈꾸다 음악 학원 강사로 전전..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 기대치를 꽤 높게 잡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에 전지현, 구교환 조합이면 최소한 “평범한 좀비 영화”는 아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좀비가 서로 연결되고 학습한다”는 설정까지 들었을 때는 오랜만에 한국 좀비물이 또 한 번 크게 진화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공포보다 거리감이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 이상하게 차갑고 멀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좀비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입니다. 긴장감 좋은 작품은 화면 속 인물이 뛰기 시작하면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문 하나 닫히는 장면에도 숨을 참고 보고, 누가 뒤돌아보면 괜히 같이 긴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몰입감이 생각..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희생형 사랑 이야기’ 정도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어느 순간 멈춰버렸습니다. 화면 속 이야기가 아니라 제 현실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더 놀랐던 건 극 중 소지섭 씨의 이름이 ‘철민’이었다는 점입니다. 제 이름도 철민입니다. 처음엔 괜히 웃음이 났는데, 시간이 갈수록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 속 철민이 말없이 버티는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지금 제 현실과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버티는 사람이 주인공인 이유2011년에 개봉한 영화 오직 그대만은 전직 복싱 선수 철민과 시각 장애를 가진 정화의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입니다. 플롯 자체는 많은 분들이 "전형적인 신파 아니냐..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말입니다. 저도 그런 날 그냥 배경처럼 틀어놓았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였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음악과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TV를 끄지 못했습니다. 화면보다 제 현실이 더 많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코코는 멕시코 전통 문화인 ‘망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망자의 날은 죽은 가족과 조상을 기억하며 다시 만나는 의미를 가진 기념일인데, 영화는 이 문화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가족이라는 핵심 메시지로 연결합니다. 실제로 픽사는 제작 과정에서 멕시코 문화 자문단과 협업하며 문화적 고증을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