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키퍼》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꽉 쥐었습니다. 스크린 속 엘로이즈 파커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200만 달러를 순식간에 잃는 장면이, 몇 년 전 저희 가족이 아슬아슬하게 피했던 그 순간과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그 한 장면이 훨씬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체 — 영화가 보여준 것과 현실의 차이에덤 클레이는 한적한 시골에서 벌을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양봉업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웃 엘로이즈 파커가 보이스피싱으로 평생 모은 돈을 잃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뀝니다. 경찰과 FBI조차 국제 조직을 쉽게 추적하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한 그는 직접 범죄 조직을 찾아 나섭니다. 그 과정에서 클레이가 사실은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존..
응급실에서 의사가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사람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저 역시 아버지의 응급수술을 앞두고 그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롱거》를 보는 내내 폭탄 테러보다 가족들의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2017년 개봉한 실화 영화 《스트롱거》는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제프 바우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정작 가장 많이 울렸던 장면은 주인공이 아니라 그 곁을 지키던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도 가족의 갑작스러운 수술을 경험한 뒤로,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그날 제프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2013년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인근에서 두 개의..
글렌 홀랜드는 위대한 작곡가가 되지 못했습니다. 30년을 학교에서 보내고도 자신의 교향곡 한 곡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꿈도 있고,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이렇게까지 가혹한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날 즈음, 그 답답함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글렌 홀랜드의 삶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잠재력은 숨어 있다가, 누군가가 믿어줄 때 터진다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연락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학창 시절 계산이 유난히 빨랐고, 머리도 좋은 편이었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직장보다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옆에서 보는 저도 '언젠가는 바..
영화가 끝나도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아이들이 불쌍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화면 속 아이들보다 '주변 어른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부모님과 외할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는 지금의 제 삶 때문인지, 아이들의 외로움보다 보호자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2004년 칸 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며 단순히 '불쌍하다'는 감정을 넘어,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오랫동안 생각하게 됐습니다.아동방치가 가능했던 구조,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도쿄의 작은 아파트. 엄마 후쿠시마는 집주인에게 장남 아키라와 단둘이 산다고 말하고 계약을 맺습니다...
솔직한 말 한 마디가 오히려 관계를 망친다고 생각하신 적 있습니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그렇게 믿었습니다. 영화 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순수한 남자 네드가 세 누이의 집을 전전하면서 벌어지는 가족 코미디입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웃음이 아니었습니다.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감춰진 문제들을 끄집어낸다는 것, 그 불편한 진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2011년 개봉한 《아워 이디어 브라더》는 지나치게 사람을 잘 믿는 네드가 출소 후 세 누이의 집을 차례로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경찰의 함정수사에도 상대를 의심하지 못했던 그는 출소한 뒤 여자친구와 농장, 반려견 윌리 넬슨까지 잃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네드는 가족에게 의지하지만, 특유의 솔직함 때문에 누이들이 숨겨온 문..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998년 작 《조 블랙의 사랑》은 죽음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건져 올린 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무지개별로 떠난 누나의 반려묘 초코, 그리고 지금 매일 심장약을 먹는 제 고양이 바론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작별이 찾아온 맥락 — 초코의 마지막 며칠《조 블랙의 사랑》은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둔 한 남자 앞에 죽음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은 인간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는 삶과 죽음, 가족, 사랑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화려한 사건보다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천천히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