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 호스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습니다. 전쟁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끝나고 나서 한참 동안 바론이와 쿠키를 안고 있었습니다.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만든 이 작품은 소년 알버트와 말 조이의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 제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조이와 알버트, 그 재회 장면이 유독 아팠던 이유영화는 영국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경매에 나온 망아지 한 마리를 알버트의 아버지가 충동적으로 낙찰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원래 농사용 말이 아닌 순종 혈통이라 밭을 가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많았지만, 알버트는 조이와 천천히 신뢰를 쌓아갑니다. 여기서 순종이란 경주마로 쓰이는 혈통 좋은 말을 가리키는데, 근력보다는 속도에 특화된 품종이라 농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극장에서 나오는데 머릿속에 "니가 좋아, 니가 좋아"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와일드씽은 1990년대 케이팝 초창기를 배경으로 한 B급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시절이 고스란히 떠올랐고, 웃으면서도 무언가 아쉬운 감정이 함께 남았습니다.Y2K 감성과 저의 그 시절 이야기영화를 보자마자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는 감각이 있습니다.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넉넉한 바지, 헤드폰, 한강공원 댄스 배틀. 저는 그 장면들이 단순한 세트장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이 실제로 저랬거든요.당시에는 유튜브는커녕 인터넷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가족들과 텔레비전 앞에 모여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챙겨 보고, 가요톱10..
무고한 사람이 전기의자에 앉는다. 그린 마일은 이 한 장면으로 9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영화 속 비극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억울한 상황에 처해보고 나니, 이 이야기가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먼저 판단하는 사람들, 그리고 늦게 밝혀지는 진실영화 그린 마일을 처음 봤을 때는 존 커피가 왜 그렇게 순순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억울하면 끝까지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저 역시 살면서 억울했던 경험이 몇 번 있었습니다. 큰 ..
솔직히 저는 영화 《인턴》을 처음 봤을 때 "따뜻한 힐링 영화구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다시 보니 전혀 다른 영화로 보였습니다. 벤의 여유나 줄스의 성공보다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아마 제 첫 직장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대학교 졸업 후 교수님 추천으로 누구나 알 만한 주얼리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인턴 시절 저는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장씩 디자인 드로잉을 했고 라이노(Rhino) 프로그램으로 설계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수정 작업..
솔직히 저는 좀비 영화라면 피와 쫓고 쫓기는 장면만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좀비딸》 예고편을 켰을 때도 가볍게 웃고 나올 작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좀비보다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무거워졌습니다. 그 감각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기억이 있으면 좀비가 아니야."영화에서는 웃기게 넘어갈 수도 있는 대사였지만 저는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사실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깜빡하는 정도입니다.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고, 방금 했던 말을 반복합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외할머니를..
수억 장의 음반 판매량, 전 세계를 열광시킨 공연,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가수들이 따라 하는 춤과 음악. 마이클 잭슨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저는 화려한 무대보다 무대 뒤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사실 저는 예전에는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돈도 있고, 명예도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니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를 몇 년 동안 돌보고, 노부모를 모시며 살아오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사람은 가진 것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더 지칠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 느꼈기 때문입니다.그래서인지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는 유명 연예인의 성공담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대받으며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