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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역순서사, 선택의 누적, 현재의 나 )

인생이 망가지는 데 결정적인 순간이 따로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쉽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불편해서가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였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건 거창한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넘겼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말해야 했는데 안 했던 장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넘어갔던 선택, 괜히 분위기 깨기 싫어서 웃고 넘긴 기억들. 그게 하나씩 올라오는데, 이상하게 눈을 피하고 싶어 졌습니다. 왜냐면 그게 다 지금의 저랑 이어져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역순서사 구조가 드러내는 것이 영화는 처음부터 관객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보통 영화라면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됐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주면서 이해시키려 할 텐데, 박하사탕은 그런..

카테고리 없음 2026. 4. 22. 00:44
남한산성 (침묵, 말못하는 구조, 지도자의 선택)

왜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을까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인조보다, 예전에 같은 팀에서 일하던 동료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한 나라의 왕 이야기인데, 보고 나오면 자꾸 직장 생각이 나는 영화. 이게 과장 같지만, 막상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구조가 똑같다는 걸요.침묵이 선택이 되는 순간“나쁜 결정보다 더 나쁜 게 있다”는 말, 예전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근데 남한산성을 보고 나서는 그 말이 좀 다르게 들렸습니다. 틀리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636년, 병자호란 때 조선은 청나라에게 무릎을 꿇을지, 끝까지 버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살기 위해..

카테고리 없음 2026. 4. 21. 23:04
노트북 리뷰 (집착과 헌신, 감정과현실, 집착과 헌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쳐 본 적 있습니까. 저는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한 살 위 선배를 좋아했는데, 몇 달 동안 그냥 동선만 맞춰 다녔습니다. 급식 시간도 일부러 늦추고, 복도도 괜히 한 바퀴 더 돌고. 말 한마디 못 하면서도, 마주치면 하루가 괜히 괜찮아졌던 그런 시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죠.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정작 한 발짝도 안 나갔으니까요. 그래서였을 겁니다. 노트북을 다시 꺼내 본 이유가.집착과 헌신 사이 — 365통의 편지가 불편한 이유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솔직히 감동이 아니었다. 약간의 당황, 그리고 묘한 불편함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1년 동안 편지를 쓴다. 말만 들으면 대단한 사랑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전에 대부분 멈춘다. 답..

카테고리 없음 2026. 4. 20. 23:41
노팅힐 (타이밍, 망설임, 감당)

저는 노팅힐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신데렐라 역전 스토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가 평범한 서점 주인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워낙 비현실적이니까요. 그런데 최근에 다시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영화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타이밍을 놓치는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타이밍이라는 건,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였다노팅 힐을 다시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건, 윌리엄이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보다 그 기회를 계속 흘려보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흔히 “타이밍이 안 맞았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마치 외부에서 주어지는 어떤 조건처럼 말이다. 근데 이 영화를 다시 보니까 그 말이 좀 비겁하게 느껴졌다. 윌리엄은 타이밍이 없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

카테고리 없음 2026. 4. 20. 22:06
러브레터 (말못한 감정, 감정회피, 감정의 결말)

진심이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를 다시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5년 개봉 이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개봉을 거듭하는 이 영화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사람 마음에 얼마나 오래 남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말하지 못한 감정이 남기는 잔상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스토리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끝내 꺼내지 못한 감정이 만들어내는 묘한 잔상이다. 히로코의 편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단순한 추억 복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던 감정이 뒤늦게 현실로 끌려 나오는 과정이다. 그런데 그 감정은 처음부터 상대에게 닿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조금 불편하다. 도서 카드 뒷면에 얼..

카테고리 없음 2026. 4. 19. 23:36
로마의 휴일 (낭만의 구조, 일탈 심리, 현실 적용)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오래전에 처음 봤을 때 그냥 예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예쁘고, 로마 거리가 예쁘고, 두 사람이 안타깝게 헤어지는 이야기. 그런데 이번에 다시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영화가 왜 70년이 지나도 계속 회자되는지, 그 이유가 낭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낭만의 구조: 왜 공주의 하루는 빛나 보이는가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그냥 “예쁜 장면들”로 기억했습니다. 구두를 벗고 낯선 신발을 신는 순간, 긴 머리를 잘라버리는 순간, 그 모든 게 마치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한다’는 선언처럼 보였으니까요. 근데 다시 보니까 그 감정이 그렇게 순수한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좀 계산된 자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주는 아무리 벗어나도 결국 ..

카테고리 없음 2026. 4. 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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