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레볼루셔너리 로드 현실과 파리의 꿈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끝났는데도 바로 화면을 끄지 못했습니다. 크게 슬픈 장면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쏟아냈던 말들이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언제부터 상대의 얼굴만 봐도 답답해진 걸까. 처음에는 결혼생활이 두 사람을 바꿔놓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면들을 다시 떠올릴수록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두 사람이 갑자기 변했다기보다,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랑할 때는 보이지 않았던 모습과 서로에게 기대했던 환상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처럼 느껴졌습니다.두 사람에게 파리는 도시가 아니었다프랭크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에이프릴은 배우를 꿈꿨지만 가정주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생활이지만 두 사람은 자..

영화리뷰 2026. 8. 19. 10:21
애프터썬, 오래된 사진 속 아버지

솔직히 저는 《애프터썬》을 보면서 한동안 영화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습니다. 이건 줄거리가 슬픈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서랍 속 오래된 사진들을 꺼내게 된 것도 그날 밤이었습니다.이 글은 그날 이후 제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왜 이 영화가 단순한 성장 드라마가 아닌지에 대해 씁니다.캠코더가 남긴 것과 남기지 못한 것《애프터썬》은 이혼한 아버지 캘럼과 열한 살 딸 소피가 터키로 짧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여행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가 아닙니다. 그 여행을 20여 년이 지난 뒤, 어른이 된 소피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입니다.영화는 과거의 여행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

영화리뷰 2026. 8. 18. 15:50
그을린 사랑, 정말 끝난 일일까

《그을린 사랑》을 보기 전에는 마지막 반전이 아니라, 그 반전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오래 남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는 캐나다 이민자 나왈 마르완이 세상을 떠나면서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에게 남긴 유언에서 시작합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에게 편지를 전하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품질 기록을 역추적하던 제 경험과 묘하게 겹쳐 보였고, 그래서 더 오랫동안 마음에 걸렸습니다.질문의 시작 — 한번 열면 닫히지 않는 것들품질관리 일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긴 지점을 거꾸로 찾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 보이는 불량만 고치는 게 아니라,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기록을 하나씩 뒤집어봅니다.한 번은 외주에서 들어온 자재 문제가 제품이 이미 현장에 나간 뒤에야 드러난 적이 있..

영화리뷰 2026. 8. 17. 22:10
더 웨일 리뷰 (결말, 모비 딕, 용서)

찰리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딸에게 걷는 그 몇 걸음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아버지가 딸에게 다가가는 장면인데, 왜인지 할머니 병실 문을 열던 순간과 겹쳤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브랜든 프레이저의 연기를 보려고 시작한 영화였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난 뒤 다시 생각해보니, 제게 이 영화는 비만이나 종교 하나로 설명되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찰리의 좁은 집에 사람들이 하나씩 들어올수록 오히려 한 사람을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가 보였습니다.찰리의 집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다른 답을 가지고 있었다《더 웨일》을 보기 전, 저는 이 영화를 브랜든 프레이저의 컴백작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이 작품으로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리뷰 2026. 8. 17. 09:50
나이트크롤러, 선을 넘을수록 성공한 이유

《나이트크롤러》를 보는 동안 저는 루이스 블룸이 언제 무너질지만 기다렸습니다. 사고 현장을 조작하고, 경찰보다 먼저 도착한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중에는 범죄가 벌어질 상황까지 자신의 촬영에 유리하게 이용합니다. 이 정도면 마지막에는 당연히 대가를 치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제 예상을 완전히 비껴갑니다. 루이스는 잡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직원들을 고용하고 촬영 차량까지 늘려 사업을 키웁니다. 그때부터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루이스 블룸은 어떻게 저렇게까지 선을 넘고도 성공할 수 있었을까.처음부터 괴물이었던 남자보다 더 무서웠던 것영화 초반부터 루이스는 절도와 폭력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뉴스 업계에 들어가 사람의 불행을 팔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

영화리뷰 2026. 8. 16. 22:45
브레이크업 (설거지 싸움, 서운한 기대)

여행 날짜가 잡히면 제 휴대폰 검색 기록은 며칠 새 숙소, 맛집, 주차장, 이동 경로로 가득 찹니다. 차체가 낮아서 경사진 주차장은 아무리 좋아 보여도 후보에서 걷어냅니다. 삼척 갈남항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막상 바다에 도착하면 이 과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영화 《브레이크업》의 설거지 싸움을 보다가, 저는 엉뚱하게도 여행 전날 밤 혼자 지도를 들여다보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브레이크업》 설거지 싸움, 접시 몇 개의 문제가 아니었다《브레이크업》에서 브룩과 게리가 크게 충돌하는 장면은 겉으로 보면 정말 사소합니다. 브룩은 저녁 식사 뒤 설거지를 도와달라고 하고, 게리는 처음에는 쉬고 싶어 하다가 결국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브룩의 화는 가라앉지 않습니다.처음 봤을 때는 저도 브룩이 조금 과..

영화리뷰 2026. 8. 16. 13:14
이전 1 2 3 4 5 6 7 ··· 45 다음
이전 다음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티스토리툴바

운영자 : dailyroutine15
2026 바론&쿠키의 영화노트. All rights reserved.

※ 바론&쿠키의 영화노트는 직접 관람한 영화에 대한 감상과 개인적인 해석을 기록하는 영화 리뷰 블로그입니다.